“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말처럼 ‘尹 어게인’ 낡은 정치 하다 버림받은 張 당 지지율 오르는 데 현혹됐다가 ‘자기희생’ 스토리 만들 기회 차버릴 건가
김승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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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의 미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재차 확인된 것은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다. 박민식(16%) 대 한동훈(41%)의 대결이었지만, 실은 장동혁-한동훈의 미래 전쟁이었다. 부산 유권자들은 넷플릭스 다큐로 스타가 된 정리 정돈 전문가 곤도 마리에 여사의 구호를 잘 아는 것처럼 투표했다. “물건을 하나씩 손에 쥐어보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장 대표는 설레는 정치를 한 적이 없다. 사퇴 압박 속에 며칠 전 입원한 그가 퇴원 후 당직 개편을 시도한다는데, 장동혁 2기는 세상을 가슴 뛰게 할지 모르겠다.
장 대표가 버틸 만한 이유가 여럿 있기는 하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친윤-친한 싸움에 국민이 진저리를 냈는데, 그 따가운 시선이 여당으로 더 쏠리고 있다. 선관위 사태도 장 대표에겐 숨돌릴 공간이다. 장 대표가 의탁하던 조직적 부정선거와는 무관한 것이지만, 선관위가 자초한 치명적 잘못 아닌가. 무엇보다 당 지지율이 올라갔다. 선거 패장인 그가 대표직을 유지하는데도 여론조사 숫자가 뛴다. 지지율이 오를 때 사퇴한 정당 대표는 없다.
그래서인지 장 대표 입원 이후 빗발치던 사퇴 요구가 잦아든 느낌이다. 하지만 착각은 금물이다. 이런 우호적 여건 가운데 장 대표가 이끌어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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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임기를 단축하는 자진 사퇴가 자기희생인 점은 분명하다. 요즘처럼 주판알 정치판에서 희생이란 사어(死語)가 돼 버렸다. 밀려나고 쫓겨난 정치인은 있어도, 스스로 내려놓은 정치인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걸 장 대표가 할 수만 있다면 “장동혁=민주당의 전략자산”이란 낯 뜨거운 뒷말을 덮고도 남을 스토리가 생긴다. 그걸 거머쥐지 않는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까.
셋째, 장 대표는 콘텐츠 부족을 채우고 돌아올 기회를 일부러라도 찾아야 한다. 국회 입성 1년 반 만에 사무총장을 맡더니 이어 최고위원, 당 대표가 된 그다. 이런 ‘소년급제’는 정치를 영글게 할 축적의 시간을 앗아갔다.
장동혁의 문제는 제1야당 대표인데도, 그의 구체적 의견 제시에 반향이 없다는 점이다. 인천 지역 쌍둥이 개표 결과가 ‘5억9000만분의 1 확률’이라는 그의 주장을 보자. 그는 자기 주장에 신뢰를 더할 믿음직한 통계 전문가 이름 하나 인용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여당에선 무시로 일관한다. 장동혁에게 멈춤이 필요하다는 점은 “당의 4번 타자가 되겠다”며 대권 의지를 너무 일찍 말해버린 데서도 확인된다. 뭐가 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뭘 어떻게 해서 그 위치에 가겠다는 알맹이가 없다.
장 대표는 전 당원 재신임 투표로 승부수를 둘 수도 있다. 100만 권리당원들은 상당수가 강성보수인 이른바 ‘짠물 당원’으로 추정된다. 그를 재신임할 현실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힘을 과시하는 건 목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결과와 다를 게 없다. 장 대표로선 희생의 서사를 만들 거냐,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들이는 ‘오늘뿐인 정치’를 할 것이냐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있다. 병실에서 깊은 생각에 잠기길 기대한다. 12·3 밤에 계엄 해제 동의 표결에 당당히 나섰던 그가 윤석열 지킴이로 돌아섰던 과오를 만회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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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이 장 대표 결단만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건 사안을 좀 복잡하게 만든다. 우군인 당권파나 이른바 물밑 실세 그룹인 ‘언더 찐윤’ 의원들도 사퇴 결정을 수용해야 하고, 경쟁자인 친한계 역시 사퇴 과정에 장 대표를 궁지로 모는 일은 절제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결단에 앞서 정파 간 물밑 사전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지간한 정치력으로는 풀기 힘든 고차원 방정식이다. 장 대표의 선택이 이번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이런 기회가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김승련 논설실장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