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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아찔한데 실신까지? 심장 두께 바로 검사해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입력 | 2026-06-20 01:40:00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급사나 심부전 유발 비후성 심근증… 좌심실 벽 두께 15mm 넘으면 진단
원인 모를 흉통-갑자기 눈앞 캄캄 등
90% 이상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 조기 발견하면 가족도 검진받아야
약물 치료 우선이지만 수술도 가능… 위험도 아주 높으면 제세동기 삽입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력이 있거나 관련 유전자가 있다면 최소한 3년마다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온몸을 돌며 산소를 공급한 혈액은 심장으로 귀환한다. 우심방과 우심실을 거쳐 폐로 간 뒤 정화된다. 신선한 혈액은 좌심방과 좌심실을 거쳐 대동맥을 통해 배출된다.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 혈액 순환에 차질이 생긴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위험이 커진다.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졌을 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병이 바로 비후성 심근증이다.

비후성 심근증은 ‘젊은 급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40대 이후에도 심부전 같은 치명적 합병증이 생기면서 급사 위험을 높인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병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해야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좌심실 벽 두꺼워져 발생

좌심실이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려면 강한 근육이 필요하다. 우심실 벽 두께가 보통 3mm인 데 반해 좌심실 두께가 9mm인 게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것도 문제다. 좌심실 두께가 15mm 이상일 때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한다. 단, 가족력이 있거나 이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13mm만 넘어도 이 병으로 진단한다.

비후성 심근증일 때 심장은 잘 이완되지 않는다. 풍선처럼 팽팽하게 늘어나지 못하니 충분한 혈액을 저장하지 못한다.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혈액 통로를 막으면 아무리 심장이 수축해도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한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온몸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서 일시적 ‘허혈(虛血)’ 상태가 되면서 실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장 자체가 딱딱해지니 혈액을 덜 공급받기도 한다. 그러면 흉통이 생긴다. 심장이 제대로 박동하지 못하고 바르르 떨 수도 있다. 이것이 심실세동인데, 급사의 가장 큰 원인에 속한다.

병의 원인은 뭘까. 90% 이상이 유전적 요인이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나 본인 대에서 갑자기 생긴다. 김 교수는 “고혈압과도 무관하다. 환경 요인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 병 관련 유전자만 1000종을 훌쩍 넘는다. 국내에서는 관련도가 높은 9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다.

다만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10명 중 6명꼴로 증세가 없거나 미약하다. 나머지 4명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환자 수는 5만∼6만 명. 다만 김 교수는 “학계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20만∼30만 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숨은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 이럴 때 의심하라

2008년 당시 20대 초반이던 강선미 씨(가명)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걱정됐다. 병원을 찾아 검사하니 좌심실 벽 두께가 22mm였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의식을 잃을 뻔한 것. 강 씨 부모에게서는 이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강 씨 당대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났다고 추정된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 치료했기에 이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실신 혹은 실신 전 단계의 아찔함은 비후성 심근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 중 하나다. 김 교수는 △호흡곤란 △흉통 △가슴 두근거림 △아찔함과 실신 등 네 가지를 전조 증세로 꼽았다. 심·뇌혈관 질환일 때도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규칙성이 없고 애매할 때 비후성 심근증 전조 증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령 별 이유 없이 증세가 나타난다거나 의사가 제대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며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져서 잊어버리는 식이다.

일단 증세가 한 번 나타나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 비후성 심근증을 진단받은 80대 초반의 박기섭 씨(가명)가 그런 경우다.

2년 전 검진 때만 해도 좌심실 벽 두께는 13mm였다. 숨이 조금 찼지만 고혈압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했다. 그런데도 올해 검진에서 좌심실 벽이 17mm로 두꺼워져 있었다. 김 교수는 “고령일 때 비후성 심근증은 급사 위험이 낮다. 숨이 차는 증세를 완화하는 치료를 통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 치료 반드시 받아야

김 교수는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도 높다. 다만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꺼워진 심장을 완벽하게 원래 상태로 돌릴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하는 치료는 가능하다는 것.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호흡곤란이나 숨참 등의 증세를 완화한다. 심장을 달래는 치료도 한다. 덜 수축하게 하거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을 투입하는 것. 최근에는 막힌 혈관 통로를 뚫는 신약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였다. 폐쇄된 길을 뚫으면 심장도 덜 수축하고, 벽 두께도 얇아진다. 김 교수는 “이 약을 쓰면 10명 중 9명은 벽 두께가 실제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는 두꺼워진 심장벽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수술이 부담스러울 땐 두꺼워진 심장 근육과 연결된 혈관만 차단해 그 부위 두께를 줄이는 시술도 있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사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급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심장 두께가 30mm를 넘었거나 △좌심실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졌거나 △6개월 이내에 실신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에 급사한 사람이 있거나 △좌심실 벽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좌심실류가 나타나거나 △1분당 120회 이상 맥박이 뛰는 심실빈맥이 나타나거나 △심장 섬유화가 15% 이상 진행되는 경우다.

이때는 급사를 막기 위해 몸 안에 삽입형 제세동기를 넣는다. 심장이 멈추면 제세동기가 강한 충격을 줘 다시 뛰게 한다. 김 교수는 “이 치료가 힘들어서 거부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는데, 현재로서는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의 환자 가운데 이런 사례가 있다. 그 환자는 당장 심각한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제세동기 삽입을 거부했다가 1년 후 비극을 맞았다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제세동기를 삽입하면 95% 이상 급사를 막아 준다.

● 병을 관리하는 방법 알아둬야

비후성 심근증을 예방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김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본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연구 결과 비만과의 연관성이 높은 게 확인됐다. 김 교수는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때 이 병의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근육량이 많아서 체질량지수(BMI)가 높으면 상관이 없다. 이른바 ‘지방 많은 비만’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필수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질환이 그 자체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진 않는다. 다만 비후성 심근증이 생긴 후에는 이런 질환이 병을 악화시킨다. 김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인해 40대 이후로는 짜게 먹지 않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도 가려서 해야 한다. 이 병이 의심된다면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운동들, 이를테면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철인 3종 경기는 피하는 게 좋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이라면 이런 운동은 아드레날린을 갑자기 분비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급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운동을 빼면 큰 상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정기 검진이다. 심장초음파 검사로 충분하다. 김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면 3년 주기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족 중 한 명에게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가족 전체 검사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자식 세대에게 병을 물려준다며 괴로워할 게 아니다. 빨리 병을 발견해 치료해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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