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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믿음의 근거는 어디에… 신앙을 실험한 신부님

입력 | 2026-06-20 01:40:00

사제로서 신을 모시고 있는 저자
‘믿음’ 메커니즘 과학적으로 분석
데이터-논문 토대로 심리학 실험
종교의 가치 현실의 장으로 옮겨
◇종교를 실험하다/조너선 종 지음·구형찬 옮김/360쪽·2만5000원·바다출판사




믿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마음속에는 ‘기도하면 다 잘될 거야’ ‘그 사람의 영혼이 날 지켜줄 거야’ 같은 믿음의 낟알들이 자리하고 있다”며 “흥미로운 점은 이 심리가 종교적 교리나 과학적 지식과 다르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천주교 사제서 품식에서 서품기도를 올리는 사제들. 동아일보DB

만약 저자가 중세에 태어났다면, 악마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당장 처형장으로 끌려가지 않았을까.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시대에 신에 대한 ‘믿음’을, 그것도 일반인도 아닌 신부가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 실험하고 분석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한다. 과학은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인간적이고도 사회적인 노력임을 독자가 알았으면 한다고.

영국 국교회의 사제이자 종교심리학자인 저자는 특정 종교나 대상을 떠나 인간에게 ‘믿는다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주술, 미신, 초자연적 존재를 찾는 습관과 정교하게 세워진 신학적 체계 등 끊임없이 믿음의 대상을 만들어 온 인간의 종교적 본능을 실험과 데이터, 수많은 관련 논문으로 밝히려고 노력한다.

“1962년 보스턴 대학교 마시 채플에서 열린 두 시간 반짜리 성금요일 예배 직전 20명의 신학생에게 각각 흰색 알약이 하나씩 주어졌다. 그중 10개의 알약에는 환각 버섯의 추출물인 실로시빈이 들어 있었고 나머지 10개에는 위약인 비타민 B3가 들어 있었다. (…) 실로시빈을 복용한 학생들은 초월적이고, 역설적이며, 형언할 수 없다고 묘사되는 강렬한 경험을 했다.”(1장 ‘종교로 실험하기’에서)

사찰에서 기도중인 스님들. 해운정사 제공

지금이라면 불가능했을 이 실험의 결과는 언뜻 드는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실로시빈을 복용한 학생들은 경외감과 경이로움, 깊은 황홀감을 느꼈고, 이 기쁨을 영적인 용어로 표현했다. 하지만 환각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위약을 받은 사람들보다 신의 임재나 신과의 친밀감을 더 많이 경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영성(spirituality)’이나 ‘종교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느냐에 따라 ‘믿음’에 대해서도 다양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읽다 보면, ‘믿는다는 것’을 분석하기 위한 저자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수학이나 다른 물리 과학과 달리 심리학은 인간의 주관적 개입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상이 사람의 마음속이기에, 다른 과학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나 피실험자를 동원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믿음이란 종교적 체험을 일반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실험하고 분석한 결과 믿음이란 자! 이런 것이었다’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 자신도 분석의 어려움을 솔직히 인정한다.

이슬람 최대 행사 ‘성지순례(하지)’에 참석한 무슬림 순례자들. 메카=AP 뉴시스

저자는 사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왜 믿음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 않고, 구태여 분석하고 실험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현대 심리 과학의 영역으로 초대하려고 애를 쓸까. 비너스상을 몸무게, 팔다리의 비율, 가슴과 허리둘레 등으로 분석해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듯 믿음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저자는 종교와 과학, 신앙과 이성이 대립적이거나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과학이 객관적 사실을 탐구한다면, 종교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 내면의 변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종교를 신비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질문하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토론할 수 있는 현실의 장으로 옮겨올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봤다. 원제 ‘Experimenting with Religion: The New Science of Belief’.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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