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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단백질, 생명체를 연결하는 공통 언어

입력 | 2026-06-20 01:40:00

◇춤추는 단백질/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홍지연 옮김/388쪽·2만3000원·흐름출판




철새들이 내비게이션도 없이 수천 km를 날아가고, 문어가 순식간에 주변 환경과 똑같은 색과 무늬로 변신하며, 물고기와 개구리가 한겨울 혹독한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는 비결. 더 나아가 뱀이 먹이의 신경과 근육을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독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자연의 이 모든 생태의 이면에는 ‘단백질’이 있다.

흔히 단백질이라고 하면 식단과 식품 성분표를 떠올린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섭취하는 단백질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으로서 단백질을 조명한다. 단백질은 분자 단위에서 기능을 수행하는 아주 작은 기계로, 이 기계들이 어떤 형태로 접히느냐에 따라 다른 기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철새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도 없이 정확한 길을 날아갈 수 있는 건 눈에 들어 있는 단백질 ‘크립토크롬’ 덕이다. 햇빛이 이 단백질에 닿으면 전자가 분리되고, 이 전자는 지구 자기장에 맞춰 정렬된다. 새의 몸속에 나침반이 생기는 셈이다. 문어의 피부 속 단백질은 주변 색을 감지하고, 물고기의 몸속 단백질은 분자가 얼어붙는 걸 방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책은 복잡한 공식이나 전문 용어 대신 단백질 이야기를 정교한 춤이나 언어의 문장 구성에 비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정적인 문체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부엌에서 마늘을 빻으면 번지는 냄새, 육아하며 집에서 발견한 거미줄 같은 일상 속 이야기를 소재로 단백질 이야기를 전한다. 두 저자는 모두 시인이며, 매기 M 핑크는 삽화가로도 활동한다. 저자가 그린 삽화가 책 곳곳에 등장해 단백질의 다양한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책 후반부는 인류가 마주한 여러 위기를 해결할 열쇠로서 ‘인공 단백질’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인류가 단백질의 언어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다면 의학을 혁신해 불치병을 치료하고,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으로 신음하는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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