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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원해서 된 것 아냐”… 유니클로가 영화로 전한 난민의 삶

입력 | 2026-06-17 17:52:00

시리아 출신 하산 카탄 감독이 17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제 10회 난민 영화제 기념 상영회 및 미디어 토크 세션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결코 선택이 아닙니다.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난민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직접 느끼고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

시리아 출신 하산 카탄 감독은 17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제 10회 난민 영화제 기념 상영회 및 미디어 토크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5년부터 한국 사회에 난민들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전달해 온 난민영화제는 올해 10회를 맞아 ‘난민들의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디스플레이스먼트 필름 펀드(DFF)’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 처음으로 상영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하산 감독이 제작한 단편 다큐멘터리 ‘피난의 동지들(Allies in Exile)’이 상영됐다. 이 작품은 전쟁으로 삶이 바뀐 두 명의 시리아 출신 영화인 하산 감독과 패디 알 할라비가 영국의 난민 숙소에서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며 겪는 불안과 고뇌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하산 감독은 영화 제작 계기에 대해 “난민 심사를 기다리며 ‘왜 난민이 되기로 선택했나’라는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며 “이는 단 한 번도 선택이나 꿈꿔온 삶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가 남긴 기록과 난민 제도 안에서 목격한 것들을 통해 질문에 답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난민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숫자, 표, 통계, 정치적 논쟁으로만 난민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본 것은 재능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한 번의 기회를 바라는 용감한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두려움과 상실, 분노 등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버텨내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우리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만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DFF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DFF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IFFR) 산하 후버트 발스 펀드가 운영하는 국제 영화 제작 펀드로, 분쟁과 탄압으로 강제 이주한 상황 속에서도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영화감독과 제작자를 돕기 위해 2025년 설립됐다.

펀드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1,2차 심사를 거쳐야 하며 주로 경력을 갖춘 감독을 대상으로 한다. 클레어 스튜어트 DFF 운영 총괄은 하산 감독의 사례를 들며 “난민 문제가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누구나, 어떤 직업을 가졌든 겪을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양성 역시 중요한 선정 기준이다. 클레어 총괄은 난민에 대한 영화가 주류 영화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주제의 균형감과 장르적 다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선정된 감독에게는 10만 유로(약 1억7000만 원)의 제작 지원금이 지급되며, 시놉시스 통과 후에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작 과정 개입을 최소화한다. 올해 1월 제55회 IFFR에서 해당 지원으로 제작된 단편 영화 5편이 상영됐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DFF 설립 파트너로 참여해 10만 유로를 기부했으며, 올해도 동일한 금액을 후원할 예정이다.

유니클로는 그동안 긴급 구호 물품 전달, 의류 기부, 교육, 난민 채용 등 4가지 축을 중심으로 20년 넘게 난민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점에서 영화 제작 후원은 유니클로에게도 새로운 시도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야나이 코지 수석 집행 임원은 “20여년 간 난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영화 투자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었다”고 밝혔다.

코지 임원은 2023년 스위스에서 열린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만나 난민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DFF 후원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스에서는 비극적이고 고통받는 난민들만 부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들 중 굉장히 탁원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 교사, 변호사 등이 많다”며 “이들의 삶이 조명받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들의 서사를 영화로 녹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된 것이 DFF”라고 말했다.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DFF 지원과 파트너십 강화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영화만큼 사람의 사고 방식을 쉽게 바꾸는 강력한 매체가 없다. DFF 지원을 통해 난민 영화가 주류로 편입하는 데 유니클로가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유니클로는 2022년부터 자선 티셔츠 프로젝트 ‘PEACE FOR ALL(모두를 위한 평화)’를 전개하고 있다. 판매 수익 중 일부는 빈곤과 차별, 폭력, 분쟁 등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자를 돕는 파트너 단체를 위해 활용된다. 올해 4월 말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1046만 장을 돌파했고, 조성된 기부금만 약 295억 원에 달한다.

오는 19일에는 난민 출신 배우 키 호이 콴, 영화감독 겸 각본가 소피아 코폴라, DFF 등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신규 티셔츠 5종이 출시된다. 특히 DFF 티셔츠의 판매 수익은 해당 펀드로 직행해 영화 제작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코지 임원은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어떤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선택과 행동 속에서 피어난다고 생각한다”며 “이 티셔츠를 통해 평화에 대한 희망과 실천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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