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기획전
기획전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에 전시된 말레이시아 작가 탄 지 하오의 ‘또 당신이군요’(오른쪽 아래). ACC 제공
중국어 단어 ‘双’은 쌍을 뜻한다. 여기에 ‘又’(또) 하나를 더한 ‘叒’은 연대를 일컫는다. 그런데 ‘叕’는 역설적으로 연하거나 부족한 상황을 가리킨다. 말레이시아 작가 탄 지 하오는 총 10개의 又로 이뤄진 설치 작품 ‘또 당신이군요’를 통해 끝없이 변화하고 회귀하는 ‘우쌍약철’(又双叒叕), 즉 동양적이면서도 우주적(cosmic)인 가치를 표현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상호조우체 프로젝트. ACC 제공
이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돼 온 아시아인과 아시아적 가치를 조명한 기획전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가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리고 있다.
‘땅설법’으로 잘 알려진 다여 스님과 싱가포르의 사실주의 화가 추아 미아 티 등 한국과 태국, 몽골, 인도 등 아시아 8개국 작가 31인이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 102점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서구 중심적 사고에 저항하지만, 일률적인 ‘아시아적 미감’을 보여주지도 않기에 흥미롭다. 전시 후반에는 출신지가 다른 8명의 작가에게 ‘3가지 조건 아래 4가지 색깔만을 사용해 포스터를 만들 것’을 요청해 완성된 결과물들이 걸려 있다. 아시아에 역사·문화적 뿌리를 둔 관람객이라면 ‘아시아적 감각’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시각적 공통점을 찾아보긴 어렵다.
인간 이외 자연의 존재와도 공존할 것을 제안하며 공동체의 정의를 넓히기도 했다. 갈대와 사탕수수를 사용해 사람의 시선보다 낮은 ‘땅’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 ‘블랙 메도우’가 이를 잘 담아냈다.
전시장을 나설 땐 동양화의 현대화를 모색했던 화가 서세옥(1929~2020)이 남긴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나는 특별히 자연과 인간을 나눠서 그린 건 아닙니다. 인간, 그것을 자연의 하나로 바라보는 것이 동양의 정신이고 지혜라고 생각해 봅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광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