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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유엔 ‘물 파산’ 선언… 과학이 ‘지구촌 갈증’ 해결할까

입력 | 2026-06-15 23:27:00

기후 위기-과사용으로 부족 심각
장기화되면 물 풍요 국가도 위험
해수 담수화-대기 수분 포집 연구
샤워 시간 줄이기 등 개인 실천도



지하수 고갈로 대수층이 붕괴하면서 2023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올해 1월 20일 유엔은 지구의 물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물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유엔 산하 물·환경·보건연구소는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에서 “기후 위기와 과도한 물 사용으로 지구의 물이 줄어들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했고, 이를 물 파산이라고 정의했습니다.

● 인류의 절반, 물 부족에 놓였다

물 파산이란 자연에서 채워지는 물의 양보다 사람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더 많고, 빙하와 습지 등에 저장된 물까지 빠르게 줄어드는 상태입니다. 1970년대 이후 유럽연합(EU)의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습지가 사라졌고,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대형 호수의 절반에서 물이 줄었습니다. 유엔 연구팀은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물 부족’이나 ‘물 위기’ 같은 표현으로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2억 명 중 약 40억 명이 1년에 최소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습니다. 유엔 연구팀은 목욕이나 보건 활동에 쓸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황을 물 부족으로 분류했습니다.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미국 남서부 지역은 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곳으로 꼽힙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농업, 산업 등에 쓰고 남았거나 위생에 안 좋은 물로 씻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 파산은 한국처럼 물이 비교적 풍부한 나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물 부족이 심한 지역 대부분은 주요 농업 생산지입니다. 이곳의 농산물 생산량이 줄면 식량 가격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 물이 부족한 나라는 물이 풍부한 나라로부터 깨끗한 물과 농산물을 공급받는데, 장기적으로 이들 국가의 물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유엔 물·환경·보건연구소 카베 마다니 소장은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물 파산은 더 빠르게 퍼지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물 파산 이유, 달라진 지구의 공기 흐름

물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의 기온 상승입니다. 지구에서는 적도 근처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올라가고, 위도 약 30도에서 내려가는 ‘해들리 순환’이 일어납니다. 적도에서 올라온 공기는 많은 비를 내린 뒤라 수증기가 적습니다. 이 공기가 내려가는 위도 약 30도는 건조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로 적도의 공기가 더 뜨거워져 순환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 결과 적도의 공기가 더 먼 위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가며 건조한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제트기류의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와 적도의 따뜻한 공기의 온도 차이로 인해 부는 강한 바람입니다. 그런데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서 두 지역 간 온도 차이가 줄었고, 제트기류의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 지역에 제트기류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기초과학연구원 교수는 “어떤 지역에서는 비가 계속 내려 홍수가, 다른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해지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 위기로 강과 호수의 물이 줄어들자, 대수층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수층은 암석, 모래, 자갈층 사이에 빗물 등이 스며들어 물이 채워진 구조입니다. 문제는 대수층에 물이 채워지는 속도보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입니다.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올리다 보니 땅속이 비게 되면서, 땅이 내려앉는 ‘지반 침하’ 현상도 발생합니다.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용이 늘면서 AI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합니다. 프란츠케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냉각수는 증발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비로 내린다”며 “지역별 물 불균형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과학으로 해결하는 물 파산

지구에 있는 물의 약 97.5%는 바닷물이며, 담수는 약 2.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려면 염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염분을 없애는 대표적인 방법은 증발법입니다.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로 바꾼 뒤 온도와 압력을 낮춰 다시 물로 응축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바닷물을 끓이는 데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은 태양광만으로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망간, 구리, 크롬을 섞어 태양광을 잘 흡수하는 소재를 만든 뒤 이를 해수 담수화 장치 표면에 코팅했습니다. 그 결과 태양광 패널 1m²당 한 시간에 약 4.1L의 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공기 중 수분을 모아 물을 만드는 ‘대기 수분 포집’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기에는 약 13조 L의 수증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모아 액체로 바꾸면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오마르 야기 교수는 ‘금속 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MOF는 스펀지처럼 표면에 매우 작은 구멍이 난 물질로 낮은 온도에서는구멍 속에 수분을 머금었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이를 내보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일상에서 물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마다니 소장은 “샤워 시간을 줄이는 등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미래 지구에서 살아갈 어린이들이 물 문제에 관심을 두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전하연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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