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 한 노인이 정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폭염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태풍·호우보다도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재난이다. 한국의 경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104명이었다.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만540명에 달했다. 연간 환자 수는 2020년 1078명에서 2024년 3704명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했다.
세계 35개 기관이 구성한 ‘랜싯 카운트다운’은 지난해 의학저널 ‘랜싯’에 열 관련 사망자가 1990년대 이후 23% 급증해 연간 54만6000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2021년 폭염으로 사망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2000~2004년 대비 약 85% 증가했다. WHO는 긴급 행동이 없다면 2030~2050년에는 기후 문제로 연간 25만 명이 추가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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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속속 대응 태세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개국 이상이 국가 단위 폭염건강행동계획(HHAP)을 수립했다. 특히 2003년 폭염으로 약 1만5000명이 사망한 프랑스는 국가 폭염관리계획을 법제화하고, 취약계층 보호 등을 의무화한 상태다. 독일은 기후영향 및 위험평가(KWRA)를 통해 열 스트레스, 대기오염 등 8개 건강 영향 영역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기후변화를 의료·보건정책의 핵심 의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의 폭염 대응은 여전히 일시적인 대피소 운영과 계절성 홍보 캠페인 정도에 머물러 있다. 기후와 건강을 통합한 감시체계는 작동하지 않고, 취약계층 전수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WHO의 ‘기후변화와 건강 글로벌 행동계획 2025~2028’은 기후 대응을 국가 보건정책에 통합하라고 촉구하지만, 우리는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기후변화는 더는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5월에 더위로 사람이 죽는 나라. 이 현실이 보내는 신호를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는가. 올여름을 앞두고 지금 당장이라도 국가 차원의 폭염건강행동계획 법제화, 기후와 보건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 취약계층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도입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3호에 실렸습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대한검역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