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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위기에도 믿었다’…머스크 20년 절친, 103조 잭팟

입력 | 2026-06-12 10:09:58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페이팔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
테슬라·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로



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이자 일론 머스크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밸러에쿼티파트너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게티이미지코리아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 20년 넘게 그의 곁을 지켜온 절친이자 투자자 안토니오 그라시아스(55)가 약 680억 달러(약 103조 원) 규모의 지분 가치를 거머쥘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초창기부터 이어진 신뢰와 투자가 20여 년 만에 천문학적인 보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에 따르면 그라시아스와 그의 투자회사 밸러에쿼티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클래스A 주식의 6.7%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창업자인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지분 규모다.

● 스테이크·피자 프랜차이즈 투자하던 사모펀드, 머스크 만나 인생 바뀌다

올해 55세인 그라시아스는 원래 첨단 기술 기업 전문 투자자가 아니었다. 그가 설립한 밸러에쿼티파트너스는 파산 위기에 놓인 제조업체와 스키 리조트, ‘시즐러’, ‘리틀 시저스’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를 인수·운영하거나 되파는 전통적인 사모펀드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1990년대 후반 머스크와의 인연을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시카고대 로스쿨 재학 시절 첫 투자회사를 세운 그는 투자자 데이비드 색스를 통해 머스크와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색스가 몸담았던 결제 스타트업 콘피니티(Confinity)에 투자했고, 이 회사는 머스크가 세운 경쟁사와 합병해 훗날 페이팔(PayPal)이 됐다.

당시만 해도 머스크는 지금처럼 세계 최고 부호가 아니라 인터넷 결제 스타트업을 이끌던 젊은 창업자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화려한 성공 이후가 아니라 아무도 지금의 머스크를 예상하지 못했던 실리콘밸리 초창기부터 시작됐다.

2002년 페이팔이 이베이에 인수된 뒤 그라시아스는 1억 달러 규모의 첫 사모펀드를 출범시켰다. 이후 2006년 테슬라에 200만 달러를 투자했고, 2008년에는 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로 합류했다. 당시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아니라 생존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신생 기업이었다.

불확실성이 컸지만 그는 투자를 이어갔다. 테슬라가 2010년 상장했을 당시 밸러는 회사 지분 5.25%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후에도 뉴럴링크와 더보링컴퍼니, xAI, 트위터(X) 인수 등 머스크가 추진한 거의 모든 사업에 투자하며 20년 넘게 동행했다.

그라시아스의 투자 감각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졌다. 스페인 출신 어머니와 인도 고아(Goa)주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생 때 어머니의 도움으로 애플 주식 300달러어치를 처음 매입하며 투자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이 경험이 자신의 투자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했다.

현재 그가 이끄는 밸러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기준 약 59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 AI 인프라 기업 크루소,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 등 다양한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20년 지기 친구

두 사람의 관계는 비즈니스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라시아스는 지난해 자신의 X 계정에 “나는 20년 넘게 일론과 긴밀하게 일해 왔다”며 “그의 마음은 순수하며 유일한 목표는 인류를 돕는 것”이라고 적었다.

두 사람은 함께 파티와 가족 여행을 즐겼고,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의 결혼식에서는 그라시아스가 신랑 들러리를 맡기도 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 머스크에게 돈을 빌려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 우정은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머스크의 AI 기업 xAI와 그라시아스의 밸러는 대규모 컴퓨팅 장비 임대 계약을 맺고 있으며, 밸러 역시 머스크가 운영하는 X 플랫폼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주도한 미국 정부효율부(DOGE) 활동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사회보장국 비용 절감 작업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다”

머스크 역시 공개적으로 그라시아스와의 우정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X를 통해 “안토니오의 지분은 스페이스X가 실패할 것처럼 보였던 시절에도 절대적인 지지와 20년간 이어진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보다 더 좋은 친구를 바랄 수는 없다. 그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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