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세계는 지금 ‘한국’이라는 매력적인 브랜드에 열광한다. 특히 K-드라마의 성공은 해외 여성과 중장년층을 새로운 관광 주류로 끌어들였다. 화면 속에 담긴 풍경과 정(情)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그러나 그 화려한 초대장을 손에 쥔 많은 외국인이 정작 한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뜻밖의 디지털 장벽과 마주한다. 바로 전자여행허가제(K-ETA·Korea 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다. 한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비행기에 오르기 전, 온라인으로 미리 받아야 하는 입국 허가증이다.
지난 18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고 해외 고객들의 비즈니스를 도와온 나는 K-ETA 안내를 늘 가장 먼저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첫 관문에서 자주 걸려 넘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K-ETA 대상인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 번은 65세 이상이라 K-ETA가 면제되는데도 이를 모른 채 신청 사이트 앞에서 몇 시간째 식은땀을 흘리며 씨름하던 노부부를 봤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처음부터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한국 나이’로는 65세인데 왜 면제가 안 되냐”며 혼란스러워하던 한국 문화 마니아 할머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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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용자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포털 사이트에서 K-ETA를 검색하면 공식 사이트와 거의 똑같은 디자인을 내세운 사기성 대행 사이트들이 광고를 도배하고 있어 정작 공식 플랫폼을 찾기조차 어렵다. 앞서 소개한 브라질 의사가 빠진 함정이 바로 이것이었다. 공식 수수료는 단돈 1만 원인데, 이런 가짜 사이트들은 100달러(약 15만 원)가 넘는 돈을 받아 챙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남겨진 여권번호를 바탕으로 잘못된 신청 정보가 남게 되면서 공항에서 정식으로 다시 신청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의 폐쇄성과 글로벌 표준과의 괴리도 문제다. 한국의 K-ETA 시스템은 브라질의 대표적 도메인인 ‘.com.br’처럼 특정 국가에서 널리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결제 수단 역시 제한적이어서 외국인 대상 서비스임에도 해외 신용카드 결제 오류가 일상다반사로 일어난다. 디지털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관문이 정작 글로벌 네트워크와 호환되지 않는 셈이다.
그렇게 모든 허들을 넘으면 끝일까. 아니다. K-ETA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인지, 한국은 올해부터 종이 입국신고서를 전자입국신고서(e-Arrival Card)로 바꾸었다. 어렵사리 관문을 통과한 사람도, 심지어 K-ETA가 면제된 사람조차 또 다른 온라인 양식 앞에 다시 앉아야 한다. 화면 속 다정한 드라마를 보며 한국을 동경하게 된 이들이 마주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행정 절차다.
우리는 종종 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진정한 정보기술(IT) 강국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가장 소외되기 쉬운 사용자까지 헤아리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투명한 행정에서 드러난다. 수조 원을 들여 해외에서 한류 행사를 열고 관광객을 부르는 것보다, 한국을 찾으려는 이의 ‘첫 단추’를 매끄럽게 끼워 주는 일이 훨씬 효과적인 국가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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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