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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희’에게 영광과 기쁨을

입력 | 2026-06-09 04:30:00

12~14일 서울 마포 ‘영희 페스티벌’
국내 첫 각계 여성 예술인 종합 축제
얼리버드 티켓 1분만에 매진 ‘인기’
여성 음악축제 ‘릴리스 페어’서 영감
오지은 총괄 “따로 필요 없는 날 오길”



12∼1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리는 ‘영희 페스티벌’은 이상은, 선우정아, 김윤아 등 여성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작가와 영화감독, 코미디언까지 다양한 분야의 여성 예술인들을 한자리에 모은 축제다. 사진은 영희 페스티벌 출연진. 마포문화재단·유어썸머 제공


“듣는 사람도 여성이 많고, 만드는 이도 여성이 많은데, 왜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인 여성 뮤지션은 많지 않을까.”

12∼14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리는 ‘영희 페스티벌’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오지은(45)의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오지은은 이상은, 김윤아, 선우정아 등 헤드라이너를 비롯해 가수와 작가, 영화감독 등 여성 예술인 40여 팀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의 기획자이자 총괄 감독을 맡았다.

이처럼 음악계와 영화계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예술인들이 한데 모이는 종합 페스티벌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반응도 뜨겁다. 출연진이 공개되지도 않았을 때 떴던 ‘블라인드 얼리버드’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 ‘영광’과 ‘기쁨’을 관객과 함께

4일 서울 마포구 유어썸머 사무실에서 만난 오지은은 “과거 페스티벌에 자주 불리지 못했을 때, 처음엔 내가 음악을 못해서 혹은 매력이 부족해 그런가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문의 시선은 점점 ‘개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옮겨갔다. 그가 ‘거장’이라 생각했던 여성 뮤지션들마저 “난 그 정돈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보면서다.

오지은은 “여성 음악은 내밀하고 성찰적이어서 페스티벌과 맞지 않는다거나, 여성 뮤지션은 관객 모집력이 약하다는 오래된 편견이 작동한다고 봤다”고 했다. 의문에서 번진 불만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럼 내가 만들지, 뭐.”

축제의 ‘영희’란 이름엔 여러 의미가 담겼다. 교과서에서 만나는 ‘최초의 여성’ 이름이자, ‘영광(榮)’과 ‘기쁨(喜)’이란 뜻도 품었다. 오지은은 이번 축제가 여성 음악인들의 부재를 호소하거나 상처를 설명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길 바랐다. 그는 “서러운 걸 얘기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하던 대로 얼마나 멋있고 기쁘고 영광스러운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축제는 오지은이 고교 시절 잡지에서 접한 북미 여성 음악 페스티벌 ‘릴리스 페어’(Lilith Fair)가 출발점이자 참고가 됐다. 얼래니스 모리셋이나 그룹 크랜베리스 같은 여성 음악인이 대형 무대의 중심에 서는 장면은 “나도 저런 무대에 설 수 있을까”란 상상력을 줬다고 한다.

‘영희 페스티벌’은 처음 열리는 것치고는 라인업이 너무나도 호화롭다. 하지만 섭외 과정은 믿을 수 없이 수월했다. 김윤아는 페스티벌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았던 기획 초기에 취지만 듣고 30초 만에 출연을 수락했다. 처음 통화하게 된 선우정아와는 섭외 얘기를 초반에 끝낸 뒤 1시간 반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고.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여성 뮤지션들이) 모여줬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진짜 모여준 게 정말 기뻤습니다.”

● “홍대 여신과 마녀, 우리 입으로”

오지은

‘영희 페스티벌은’ 음악 공연뿐 아니라 스탠드업 코미디, 북토크, 영화 및 관객과의 대화(GV) 등을 통해 다양한 여성 예술인들의 성과를 만끽할 수 있는 종합 페스티벌이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성 뮤지션들이 모여 함께 대화하는 ‘라운드 테이블’도 있다. 오지은은 가수 요조와 함께 ‘홍대 여신과 홍대 마녀, 그 이면의 이야기’란 세션을 마련했다.

“과거 사람들이 홍대 여신과 마녀라는 이분법적 표현을 썼을 때, 저희는 아무도 그걸 기뻐하지 않았어요. 홍대 신(scene·특정 장르나 문화)이 인기를 얻으려고 저희를 ‘입간판’으로 쓰는 느낌이었어요. 이젠 남들 입을 빌리지 않고, 저희가 직접 이 주제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어요.”

오지은이 꿈꾸는 건 ‘영희 페스티벌’이 오래 살아남는 미래가 아니다. 여성 페스티벌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모든 축제에서 여성 예술인이 자연스레 중심에 함께 서는 날을 그린다.

“영희 페스티벌이 없어지는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이죠.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다들 헤드라이너를 하느라 시간을 못 빼게 되는 게 최고예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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