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대니얼 키팅 지음·정지인 옮김/312쪽·2만1000원·웅진지식하우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정신의학·소아학 교수인 저자는 이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겪는 불안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는 임신 중과 생후 첫 1년을 아이의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로 본다. 이 시기 부모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아이는 ‘생물학적 불안 스위치’가 켜진 상태가 될 수 있다.
생애 초기 불안에 취약해진 아이는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에서 쉽게 흔들린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년기 이후엔 심장 질환 등 건강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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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식을 뒷받침하는 연구로 영국 공무원을 장기간 추적한 ‘화이트홀 연구’를 제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조직 내 지위와 통제권이 낮을수록 심장 질환과 우울, 조기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부와 기회뿐 아니라 불안마저 세대를 넘어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다만 책은 불안을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애착과 일관된 돌봄 등 발달 단계마다 ‘불안의 사슬’을 끊을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임신·출산 시기의 과도한 노동을 줄이는 등 불평등을 완화할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 관리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 온 통념에 균열을 내면서 다음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 묻는 책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