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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동마 챔피언’ 이홍열 “모르고 막 달리면 ‘독’ 됩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6-06-06 12:00:00


1984년 제55회 동아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 15분 벽’을 깨고 한국 남자 마라톤 최고 기록(2시간 14분 59초)을 세웠던 이홍열 한국스포츠지도사총연합회 회장(65)이 ‘국가대표 마라톤 비책 : 왜 당신의 러닝은 “독”이 되는가?’를 펴냈다. 그는 최근 전국적으로 러닝 붐이 일면서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을 경계하며 “달리기는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운동이다. 바르게 달려야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열 한국스포츠지도사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5월 31일 서울 원효대교 남단 한강공원에 마련된 ‘이홍열시민마라톤걷기교실’ 앞에서 엄지척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마라톤교실 회원들 운동이 끝난 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 회장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바른 자세’다. 그는 달리기에는 10가지 올바른 자세 동작이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5~6가지 정도만 알고 있을 뿐, 10가지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10가지 자세가 완성되면 힘이 덜 들고, 속도가 빨라지며, 부상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기본자세의 핵심은 ‘수직 정렬’입니다. 상체를 꼿꼿이 세우되 앞뒤로 기울지 않게 하고, 보폭은 11자를 유지해야 합니다. 착지 시 무릎은 약 150도로 살짝 굽혀줘야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어요. 그래야 다시 무릎이 펴지면서 보폭을 크게 만드는 겁니다. 팔은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흔들고, 고개를 숙이면 흉부 갈비뼈를 눌러 호흡을 방해하므로 시선은 전방을 향해야 합니다.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생략하는 것도 흔한 잘못된 습관 중 하나입니다. 몸을 풀지 않고 바로 달리거나, 달리고 나서 곧장 귀가하는 행동은 부상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이 회장은 “우리는 다리로 달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허리로 달린다”“고 말한다. 허리가 아프면 달릴 수 없는 이유도 허리 관절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허리와 골반이 3차원적으로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이홍열 회장이 1984년 열린 제55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14분 59초를 기록해 ‘마의 2시간 15분 벽’을 깨며 한국 남자 마라톤 최고 기록을 세우는 순간. 동아일보 DB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발을 교대로 내디딜 때 골반은 위아래로 움직이고, 발이 앞으로 나갈 때 골반은 앞뒤로 틀어집니다. 또한 허리 관절 자체도 전후로 움직이죠. 이 세 가지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보폭이 5~10cm 더 커집니다. 실제로 트랙 경기나 마라톤 선수들을 보면 허리와 엉덩이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움직임을 활용하지 못하면 고관절로 허벅지를 들어 올려 정해진 보폭만큼만 가는 ‘로봇 달리기’가 됩니다. 보폭이 커질수록 속도가 빨라지므로, 이 3D 허리 움직임의 활용이야말로 달리기 효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체를 수직으로 세워 달리는 자세가 왜 올바른지도 여기서 이해할 수 있다. 뒤통수와 대둔근(엉덩이 근육)은 뒤쪽으로 무게를 만들기 때문에, 상체를 완전히 수직으로 세우면 오히려 뒤로 쏠리는 경향이 생겨 허리 근육이 경직된다. 따라서 뒤쪽 무게를 중화할 수 있는 적절한 ‘영점 조절’, 즉 허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최적의 기울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홍열 회장이 서울 한강변을 달리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DB

요즘 마라톤계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카본화에 대해 이 회장은 단호한 경고를 날린다.

“카본화의 원리는 항공기 날개에 사용되는 초경량·고탄성 합성 섬유 플레이트를 신발 밑창에 내장해, 착지 후 킥할 때 그 탄성으로 앞으로 튕겨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 기능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상체를 20~30도 앞으로 숙인 자세로 달려야 하죠.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킥할 때 카본 플레이트를 압축하고, 그 탄성이 진행 방향으로 작용해 보폭이 극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이 회장은 한국 사람은 카본화를 신으면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일부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 특히 한국 등 아시아 사람들은 수직에 가까운 자세로 달립니다. 이 경우 카본화를 신으면 신발 쿠션이 압축됐다 튕길 때 에너지가 진행 방향이 아닌 위쪽으로 분산되어 오히려 속도를 방해합니다. 게다가 카본화는 신발 앞부분이 40~50도 들려 있고, 신발 내부에서 발이 놓이는 각도까지 고려하면 발가락 관절(중족지 관절)이 충분히 꺾이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달리기에서 킥의 효율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중족지 관절의 굴곡인데, 카본화는 이 기능을 오히려 억제하는 것이죠. 그 결과 앞꿈치로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해 보폭이 줄어들고, 발가락 관절 사용도 저하됩니다. 결론적으로 상체를 20도 이상 앞으로 숙이지 않는 사람, 즉 일반인의 90% 이상에게 카본화는 효과 없이 부상 위험만 키우는 ‘독’이 됩니다.”

이홍열 회장이 쓴 책 표지.

이 회장은 카프 레이즈(calf raise)를 통한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근육 탄력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달리다 보면 탄력이 사라져 ‘아작아작’ 무겁게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제자리에서 발꿈치를 올렸다 내리는 카프 레이즈를 꾸준히 하면 탄력이 생겨 보폭이 자연스럽게 커진다.

이 회장은 10년 넘게 마라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은퇴한 뒤 다소 굴곡 있는 삶을 살았다. 지도자를 하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수로도 활동하며 음반을 4개나 냈다. 하지만 2001년 모든 ‘외도’를 접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원효대교 남단 밑)에 ‘이홍열마라톤교실’을 열면서 다시 마라톤인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건강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가수가 됐어도 제 타이틀은 항상 ‘전 마라토너’였죠. 현재의 직함이 없었어요.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죠. 무료 마라톤 교실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마라톤 열풍이 불고 있을 때였어요. 마라톤하다 다치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해서 제대로 달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홍열 회장이 가수로 활동할 때 모습. 이홍열 회장 제공

이홍열이 무료로 지도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몰렸다. 한때 전국 18곳에서 무료 마라톤 교실을 운영했다. 1년 참가 연인원이 2만 명 가까이 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무료 지도를 해달라는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달리면 즐겁다는 뜻’으로 ‘런조이닷컴’이란 홈페이지를 만들어 다양한 마라톤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미스터 원칙’으로 불린다. 정석대로만 지도한다. 바른 자세로 즐겁게 달리도록 지도하는 게 제1원칙. 잘 달리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했다. 이 회장의 지도로 각 대회에서 우승한 남녀 마스터스 마라토너가 많다. 모교 경희대에서 공부도 시작했다. “제대로 지도하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7년 스포츠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출신 ‘1호 박사’였다. 이 원장은 스포츠의학을 공부하며 척추 및 관절 전문가가 됐다.

이 회장은 스포츠의학 박사로서 허리 디스크에 대한 잘못된 관행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그 자신도 심각한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양심적인 의사가 “수술해도 소용없다”며 돌려보냈던 경험을 기회로 허리 디스크 연구도 시작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스스로 회복한 뒤 운동요법을 전수하고 있다.

이 회장이 서울 원효대교 남단 한강공원에 마련된 ‘이홍열시민마라톤걷기교실’ 앞에서 엄지척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약 25년 전이었어요. 허리 디스크 통증이 심해 병원에 실려 갔는데 병원 의사가 저를 알아보고 수술을 안 해주는 겁니다. 수술해도 소용없다는 겁니다. 참 양심적인 의사였죠. 그래서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꾸준히 운동하자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인체를 공부하고 싶었고 마라톤으로 돌아온 뒤 스포츠의학을 공부하며 특히 허리 쪽에 집중해 연구했습니다.”

이 회장은 “디스크 환자 중 열에 아홉은 수술이 필요 없다. 운동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디스크가 터진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다. 척추 앞뒤는 강한 인대가 보호하지만, 측면은 오직 속근육(장요근, 다열근 등)이 감싸고 있다. 상체를 앞뒤로 숙일 때 근육이 퇴화한 경우, 뒤쪽 근육이 팽팽하게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늘어지며 그사이에 있는 신경근을 압박하게 된다. MRI 상 디스크 돌출이 심하지 않아도 통증을 느끼는 환자의 80% 이상이 바로 이 ‘늘어진 근육에 의한 신경 압박’ 현상을 겪는 것이다. 허리 주변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통증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홍열 회장(오른쪽)이 1984년 열린 제55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달리는 모습. 그는 현역시절에도 바른 자세로 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동아일보 DB

그는 “올바르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규칙적인 수직 진동이 생겨 느슨해진 속근육에 미세한 자극을 주어 다시 팽팽하게 조여준다. 강력한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뼈 사이의 간격이 확보되고, 밀려났던 디스크도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수술 없이 운동으로 척추를 건강하게 해준다’ 소식에 이 원장은 여러 방송에서 강연했고, 기업체와 지방자치단체에도 인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마라토너와 가수에서 ‘건강 전도사’로 변신한 것이다.

이 회장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RPE13에 의한 12분간 보행 테스트의 타당성’. 논문 제목만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RPE(Ratings of Perceived Exertion)란 주관적 운동 강도를 뜻한다. RPE13은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운동 강도다. 그는 “RPE13 수준, 그러니까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달리기를 시작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욕을 부리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강도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죠. 반대로 너무 약한 강도로 운동을 하면 운동 효과를 볼 수 없고요. 마라톤 완주를 꿈꾸고 달리기에 입문했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수준에 맞게 운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홍열 회장이 지난 5월 31일 개최한 출판기념회에서 책에 사인하고 있다. 이홍열 회장 제공

이 회장은 잘못된 정보로 사기를 치는 ‘가짜 전문가’들을 퇴출하는 데도 앞장섰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마사이’ 신발도 그가 퇴출했다.
“마사이 신발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한해 그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뒤꿈치가 올라가고 앞쪽도 들려 있죠. 문제는 발가락 부분이 아주 딱딱하죠. 그럼, 발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운동능력을 상실합니다. 제가 이런 말 해서 난리가 났는데 결국 제가 이겼죠. 요즘 마사이 신발 신는 사람 있습니까?”

발바닥 아치를 잡아주는 일명 ‘교정 구(교정 깔창)’도 이 회장이 퇴출했다. 그는 “모든 게 자연적이어야 한다. 마라톤 선수 이봉주는 평발인데도 잘 달렸다. 축구선수 박지성도 평발에도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아치를 만들어 주면, 발 기능이 상실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5월 31일 서울 원효대교 남단 한강공원에서 마라톤 교실을 진행한 뒤 인근 식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체계적인 지도자 양성을 통한 육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했다. 아무리 훌륭한 노하우와 과학적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올바르게 보급할 전문 인력이 없다면 생태계의 재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이끄는 운동치료연구원은 한국스포츠지도사총연합회와 협력해, 공식 공인 ‘K-러닝 지도사’ 자격증 제도를 신설하여 본격적인 라이센스 발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홍열 회장이 지난 5월 31일 서울 원효대교 남단 한강공원에서 마라톤 교실을 진행한 뒤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홍열 회장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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