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평강 감독
김초엽 소설가의 팬이라면, 낯익은 문장일 것이다.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수록작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 나오는 글귀다.
3일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허평강 감독(44).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이 연출가를 2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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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김 작가와 애니메이션 판권 계약을 맺고 제작에 돌입했다. 허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안 ‘대’ 김초엽 작가님이 되셨다”면서도 “이 점을 의식했다면 과감한 도전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틸컷
각색을 포함한 제작기간은 6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아날로그 작업’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연필로 그려진 600컷의 러프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제작비가 넉넉치 않은 탓이었지만, 2006년 이래 일본 TV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해온 허 감독에게 수작업은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고. 클래식한 그림체를 원했던 그의 의도와도 어딘지 맞는 방식이었다.
“일본에서 주로 거대 자본 기반의 하이퀄리티 필름을 맡아왔어요. 그런데 기교가 화려할수록 메시지가 심플하게 다가가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더 클래식한 그림체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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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틸컷
허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건 딱 두 가지였다. “너무 예쁘지 않을 것”, 그리고 “대신 그들의 결핍이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울 것”. 허 감독은 “핸디캡이 있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소녀들의 이야기이기에 완벽하진 않아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원했다”고 말했다.
‘데스노트’, ‘명탐정 코난’ 등을 연출하며 일본 콘텐츠 산업에 깊숙이 몸담았던 허 감독은 이 영화가 한국에서 첫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에게 한국 콘텐츠 시장은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까.
“일본은 실패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드라마만 봐도 원작 판매 부수에 따라 영상화가 결정돼죠. 그래서 프로듀서와 배우의 ‘촉’을 믿고 도전하는 한국 시장만의 매력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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