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2026 합동화력훈련’ 공군 KF-16편대가 MK-82 공대지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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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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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가 참가한 합동화력훈련이 실시된 현장 상공에 공군 전투기 FA-50 편대가 진입했다. FA-50 3대는 기습 공격을 감행한 적 지상군을 향해 MK-82 폭탄 수십 발을 투하했다. 폭탄은 표적에 명중했고, 가상의 적은 초토화됐다. KF-16, F-15K 등 전투기 편대로 차례로 투입돼 공대지 폭탄을 퍼붓는 등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18일을 시작으로 21, 28일 3차례에 걸쳐 진행된 합동화력훈련 속 전투기 실사격 모습은 언뜻 우리 군의 확고한 대비 태세를 보여주기 위해 꾸준히 시행되는 훈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군에 있어서는 조직의 명운이 달린 훈련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3월 6일 초유의 전투기 포천 민가 오폭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여 만에 공군이 포천에서 재개한 첫 실사격 훈련이어서다.
공군은 사고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5월 28일 실사격 훈련을 재개했지만 오폭 현장인 포천에서는 1년 넘게 실사격을 하지 못했다. 승진훈련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성을 검증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군 훈련장이다. 실제 전쟁 발발 시 지상군과 공중 전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이 훈련장에서 공군의 실사격은 대비 태세 유지에 있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군은 오폭의 원죄를 짊어진 탓에 포천에서의 실사격 재개를 미룰 수도, 추진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었다. 또다시 작은 오차라도 발생해 사고가 난다면 공군은 국민 보호 조직이 아니라 ‘국민 위협 조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 자명했다. 공군 지휘부가 이번 훈련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시험대로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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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좌표 확인 절차도 대폭 강화했다. 오폭 사고 당시엔 사고기 조종사들이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도 한 차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이번엔 표적 좌표 확인 절차를 임무 준비 브리핑 단계에서부터 무장 투하 직전까지 최소 5번 확인하는 방식으로 세분화해 적용했다. 사격장 진입 전 체공 과정에서 항공기 이상 유무, 인구 밀집 지역을 회피한 안전 경로 이용 유무 등 비행 임무 단계별 체크리스트도 만들었다. 훈련 시작 4일 전인 지난달 14일엔 차준선 공군작전사령관이 KF-16에 탑승한 뒤 승진훈련장으로 기동해 훈련의 모든 과정을 최종 점검하기도 했다.
오폭 사고 이후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실사격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종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도 병행됐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3월부터 훈련 시작 직전까지 전국 10여 개 공군 전투비행장을 모두 찾아 조종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고충을 청취했다.
‘오폭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포천 주민들에게도 이번 실사격은 큰 도전이었다. 공군은 당시 피해를 당한 이들을 포함한 포천 주민들을 지난달 22일 공군 원주기지에 초청해 비행단 임무 현장을 공개했다.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도 선보이는 등 불안 해소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오폭으로 인한 입원 환자 지원팀을 운영하고 피해 가구 보수에 직접 나서는 등 1년여간 주민 지원에 나선 결과 포천 주민들도 이번 실사격 재개를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노력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세 차례 훈련은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다. 공군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이 컸던 과제를 일단 마무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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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폭 사고 역시 수많은 실사격 훈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던 과정에서 돌연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훈련 재개 자체가 아니라 임무 수행 절차를 무시한 안일함이 쌓여 어느 날 불쑥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번 훈련과 같은 긴장감과 경계심을 일상화하는 일이다. 공군이 진정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순간은 포천에서의 실사격에 성공한 날이 아니라, 현재의 긴장감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는 날일 것이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