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록 KIST 원장 인터뷰 OECD 국가 중 R&D 투자 최상위권 정부는 인프라 구축-제도 개선해야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논문·특허 중심 연구개발(R&D) 구조를 바꾸고 연구 성과를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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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최빈국에서 과학기술 하나로 최단 기간에 선진국이 됐습니다. 그런데 성공에 약간 도취돼 있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논문과 특허 중심의 추격형 연구개발(R&D)에서 벗어나 연구 성과를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난 오상록 원장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인공지능(AI) 대전환 속에서 한국 과학기술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을 근거로 “기술이 국가 안보와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는 것이 현실에서 증명됐다”고 말했다. 기술이 있는 곳에 자본이 몰리고 원천기술과 플랫폼 선점이 글로벌 시장을 결정하는 구조로 재편됐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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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 최상위권이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 평가에서도 연구자·R&D 지출 등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다. 투자와 인력 규모는 갖췄지만 세계 최초·최고를 만드는 선도 연구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논문·특허 생산을 최종 목표로 삼는 구조가 원인이라고 봤다. 오 원장은 “논문과 특허는 중간 결과물일 뿐인데, 이를 최종 목표로 삼는 한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신바람 나게 일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구조가 돼야 도전적 연구가 나온다며 인사·평가·보상 제도 전반의 개편을 강조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는 인건비 확보 대신 국가적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 역할의 전환도 촉구했다. 산업화 시대 초고속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정부 주도 방식으로는 기술패권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시장은 시장대로 내버려두고 정부는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로 바뀌는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KIST는 창업 안전망 구축과 임무 중심 연구소 운영으로 연구 성과를 산업·사회로 연결하는 체계를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 AI·로봇, 탄소중립, 청정수소, 차세대 반도체 같은 국가적 과제를 먼저 설정한 뒤 상용화에 필수불가결한 길목 기술을 역산해 목표로 삼는다. 프로젝트매니저(PM)에게 기획·예산·인력·평가 전권을 위임하고 수요기업이 포함된 혁신위원회가 시장 관점에서 연구 방향을 지속적으로 보정한다. 논문·특허 생산에 머물렀던 연구 목표를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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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