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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덮친 ‘N% 배분’ 요구… 카카오 창사 20년만에 첫 파업 위기

입력 | 2026-05-29 04:30:00

[‘N% 성과급’ 후폭풍]
노조 “자사주는 성과급서 제외해야”… 사실상 ‘현금 보상 늘려달라’ 요구
2차 조정 결렬… 내달 10일 집회 예고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동참 가능성
정신아 대표 “우려 해소못해 송구”




카카오 노사 2차 조정도 결렬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왼쪽)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날 결국 2차 조정에서도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수원=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카카오 노사의 임금협상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카카오가 2006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영업이익 N% 배분’ 요구가 판교 정보기술(IT) 업계로 옮겨붙은 것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 영업익 15%·RSU 충돌과 책임론

2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8시간 넘게 이어진 노사 2차 조정회의 끝에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사측과 카카오 노조(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가 성과급 산정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이에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6월 10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파업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 가결된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와 공동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노사가 맞서는 쟁점은 성과급 규모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다. 노조는 “지난해 카카오가 연결 기준 7320억 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본사의 경우 영업이익의 13∼14%를, 일부 계열사 노조는 15% 수준을 성과급 보상 재원으로 요구한다. 여기에 매년 지급해 온 RSU를 둘러싸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측은 500만 원 상당의 RSU를 성과급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RSU를 기본 보상의 일부로 보고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선다. RSU를 제외해 현금 보상을 늘려달라는 얘기다.

또 노조는 파업의 근본 원인으로 경영진의 무책임과 훼손된 신뢰를 지목했다. 입장문을 통해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 등 논란을 빚은 경영진이 지금까지 챙긴 보상만 수백억 원”이라며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 류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의 자사주 대량 매각, 사법 리스크 확산 논란 속에서도 임원들의 보상을 챙기며 내부 박탈감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 정 대표 사과 진화… IT 도미노 우려

갈등이 고조되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같은 날 사내 게시판에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해 송구하다. 대화를 통해 다시 힘을 모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과 글을 올렸다. 이어 위기 돌파를 위한 조직 개편안도 제시했다.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함께 총괄하던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메신저 등 서비스 본연의 기능을 맡는 ‘카카오톡’ 부문과 수익 창출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부문으로 나눠 전문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주요 생활 인프라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카카오 측은 “유지 보수 인력을 확보하고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갈 계획”이라며 서비스 전면 중단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으나, 신규 기능 출시나 업데이트 지연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번 사태가 IT 업계 전반의 ‘N% 요구’ 확산 도미노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반도체·제조 대기업에서 불붙은 이익 분배 요구가 플랫폼 업계로 번지며 산업 전반의 보상 체계를 흔들 수 있어서다.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는 “영업이익은 미래 신사업 투자와 경기 변동, 글로벌 경쟁 환경까지 반영해야 하는 전략적 재원”이라며 “이를 특정 비율로 고정 배분하면 연구개발(R&D)이나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 인공지능(AI)처럼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에서는 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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