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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지갑 텅텅…1분기 가계지출 4.2% 늘었는데 소득은 2.4%↑

입력 | 2026-05-28 17:04:00


식당 아르바이트로 월 60만 원가량 버는 이승규 씨(31)는 최근 끼니를 줄일 생각까지 힌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올 들어 식비와 생활비 등 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전처럼 쓰면 남는 돈이 없다”며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하루 한 끼 정도는 건너 뛸 생각이 들곤 한다”고 했다.

올해 1분기(1~3월) 가구 소득이 1년 전보다 2.4%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대에 그쳤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지출이 소득을 웃도는 ‘적자 살림’으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2026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 1,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2.4% 증가하였고,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0.4%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2026.5.28/뉴스1

28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소득은 늘었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실제 구매력은 제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친 셈이다.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돈 건 2024년 2분기(4~6월) 이후 7분기 만이다.

지출은 소득보다 더 많이 늘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42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생활에 필요한 상품, 서비스 구입 비용을 뜻하는 소비지출은 310만5000원으로 5.3% 늘었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가계가 벌어들인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와 의료, 여행 관련 지출이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 교통·운송 지출은 36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1% 늘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구입 지출이 29.6% 증가했고, 기름값 등 운송기구 연료비도 5.3% 늘었다. 다만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영향은 3월부터 반영돼 1분기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국내 증시 활황이 자동차와 가구 등 내구재 소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락·문화 지출은 1년 전보다 12.0% 늘었고, 교육 지출은 2.9% 줄었다.

지출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면서 가계수지는 나빠졌다. 세금과 이자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소폭 늘었지만,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3만9000원으로 3.1% 감소했다.

저소득층이 고물가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93만8000원이었다. 반면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7.3% 늘어난 145만7000원이었다. 1분위 가구는 주거·수도·광열, 식료품·비주류음료, 음식·숙박 등 필수 지출 비중이 크다. 물가가 올라도 쉽게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 많아 고물가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964만5000원, 소비지출은 556만6000원으로 소득이 소비를 크게 웃돌았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직전 분기(5.59배)보다 높아져 소득 분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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