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고 로드중
일본에서 배우자와 사별한 뒤 시부모 등 배우자 측 친족과 법적 인척 관계를 끊는 이른바 ‘사후(死後) 이혼’이 다시 늘고 있다. 고령화로 배우자 사망 후 남겨진 시부모의 간병·부양 부담을 우려하는 이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일본 법무성 등에 따르면 일본의 ‘인척 관계 종료 신고’ 건수는 2024년 3627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저점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다.
‘사후 이혼’은 실제 법률상 이혼이 아니라, 배우자 사망 후 생존 배우자가 배우자 측 친족과의 인척 관계를 종료하는 절차를 뜻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인척 관계 종료 신고서’를 제출하면 되며, 시부모 등 배우자 측 친족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광고 로드중
● “죽은 아들 몫까지 잘하라”…간병 떠안은 며느리
일본 매체 현대비즈니스는 지난 10일 도치기현에 거주하는 기류 교코 씨(55·가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교코 씨는 지난해 1월 남편을 뇌출혈로 잃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80세 시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마비 후유증이 남으면서 간병 문제가 불거졌다.
교코 씨에 따르면 시어머니(78)와 시누이들은 시아버지 간병을 그에게 맡겼고, 그는 파트타임 일을 그만둔 채 시댁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돌봄을 이어갔다.
광고 로드중
이에 교코 씨의 아들과 딸은 “공짜 간병인으로 부려 먹힌 것도 모자라 재산까지 빼앗길 수는 없다”며 사후 이혼을 권유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2월 시부모 등 배우자 측 친족과의 인척 관계를 정리했다.
다만 인척 관계 종료 신고를 하더라도 자녀와 사망한 배우자 측 조부모 사이의 친족 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교코 씨가 시댁과 인척 관계를 정리했더라도, 자녀들은 조부의 상속인이 될 수 있다.
교코 씨는 “올해 들어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저는 이제 남이기 때문에 장례식에는 가지 않았다”며 “자녀들은 조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 왜 다시 늘어나나…‘가부장 탈출’에서 ‘간병 현실’로
닛케이는 일본의 사후 이혼 증가 배경이 시기별로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광고 로드중
반면 최근에는 실제 간병 부담이 핵심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후기 고령자(7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2069만 명으로 20년 전보다 약 1.7배 증가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부모 부양 문제가 사회 전반의 현실적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사후 이혼 상담을 주로 맡는 나카자와 히사코 변호사는 “사후 이혼이 주목받은 2010년대에는 이 제도를 처음 접한 이들이 주로 신고에 나섰지만, 최근 증가 추세는 실제로 부모 봉양에 직면한 이들의 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후 이혼에 정통한 가디언 법률사무소의 소노다 유카 변호사는 “과거의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는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부부 당사자 간의 결합이 더 중요해졌다”며 “배우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인척 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가치관으로 바뀌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