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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애만나’ 누적 식사 33만 명… “작은 헌신이 모여 만든 기적”

입력 | 2026-05-28 04:30:00

[나눔, 다시 희망으로] 이랜드
개소 1년 10개월 만에 ‘33만’ 넘어
노숙-쪽방촌 주민에 소중한 한 끼
기업-교회-시민의 공동체 안전망



이랜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에서 배식하고 있는 봉사자. 이랜드 제공


서울역의 새벽은 도시가 깨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용히 박동한다.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이든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든 서울 용산구 동자동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의 불빛은 어김없이 켜진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 급식소가 개소 1년 10개월 만에 누적 식사 인원 33만 명을 넘어섰다. 33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급식 통계를 넘어선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내민 따뜻한 손길이자 새벽잠을 반납한 봉사자들과 아낌없이 내어준 후원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연대의 기록이다.



실제 배식하는 식판. 이랜드 제공

기다림의 시간조차 존중받는 ‘식사 초대장’

아침애만나의 아침 풍경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무료급식소와 다르다. 건물 밖에 길게 줄을 서거나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불편이 없다.

급식소는 동트기 전부터 문을 열어 이용자들이 실내에서 편안히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도착 순서대로 ‘식사 초대장’ 번호표를 받아 3층 대기 공간에서 차례를 기다린 뒤 전광판에 번호가 표시되면 2층 식사 공간으로 내려가 식사를 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환자를 위해 1층에 별도의 식사 공간도 마련했다. 운영 효율보다 기다리는 순간까지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철학이 만든 시스템이다.



포장된 쪽방촌 도시락. 이랜드 제공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돌봄

아침 식사가 끝나면 급식소의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주방은 곧바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 준비로 분주해진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심리적 문턱으로 급식소를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자들이 직접 도시락을 전달한다.

저녁에도 나눔은 이어진다. 매주 화요일에는 ‘짜장면 데이’가 열려 주민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목요일 저녁에는 봉사자들이 컵밥을 들고 서울역 거리로 나가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전한다. 방한용품과 생필품도 함께 전달된다.

새벽 아침밥에서 시작해 점심 도시락, 저녁 거리 나눔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서울역 이웃들의 하루를 지탱하는 현장 밀착형 돌봄망이 되고 있다.



개소 첫날부터 이어진 ‘마가공동체’의 헌신

이러한 운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봉사자들의 꾸준한 헌신이 있다. 특히 ‘마가공동체’ 소속 5개 교회(마가의다락방교회·일산방주교회·인천방주교회·필그림교회·길튼교회) 성도들은 개소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조리와 배식, 뒷정리를 맡아 왔다.

이들의 헌신은 다른 단체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이랜드 계열사 임직원, 할렐루야교회와 서현교회, ROTC 사회공헌단, 대한간호협회 간호돌봄봉사단, NH농협은행 임직원, 연예인 자선봉사단 ‘더 브릿지’ 등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봉사가 꾸준히 이어지며 섬김의 가치가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기업과 시민이 함께 차리는 ‘존엄한 식탁’

식탁을 채우는 또 하나의 축은 후원과 연대다. 아침애만나의 식사는 신선한 산지 직송 식재료를 기반으로 준비된다.

특히 이랜드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은 급식소 운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랜드팜앤푸드와 킴스클럽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4억 원(3억9705만 원) 상당의 농축수산물과 간편식, 공산품 등을 후원하며 양질의 식단 운영을 뒷받침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안전과 환경에도 그룹의 손길이 이어졌다. 급식소 개소 초기에는 이랜드건설이 시설 정비와 인테리어를 지원해 쾌적한 공간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랜드서비스의 안전 전문팀은 건축·전기·소방 분야 종합 안전 점검을 무상으로 진행하며 누구나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탰다.

현장을 지키는 것은 물품만이 아니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이노플, 이랜드리테일 등 각 계열사 임직원도 꾸준히 배식 봉사에 참여하며 새벽 현장의 온기를 함께 나누고 있다.

여기에 도시아낙네의 김치 후원과 풀무원·기빙플러스·구세군의 간식 및 음료 지원, 아워홈의 ‘셰프 데이’ 특별식 제공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광염교회와 수원성교회, 로뎀스파워 등 교회와 시민들의 후원 역시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식자재가 대량으로 들어오는 날이면 봉사자들이 줄지어 계단을 오르내리며 짐을 나른다. 때로는 식사를 하러 온 이용자가 짐 이동을 돕기도 한다. 이는 이곳이 단순한 시혜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존엄한 한 끼’

서울역 일대에는 점심 급식소는 많지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특히 일반 무료급식소는 지역 어르신 이용자가 대부분인 반면 아침애만나는 이용자의 약 90%가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밤새 거리에서 지낸 이들에게는 몸을 녹이는 첫 식사이며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약을 먹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은 이용자들에게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이 스스로 단정한 옷차림으로 식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하루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다지는 심리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33만 명의 아침, 공동체가 만든 희망


이렇게 쌓인 식사가 어느덧 누적 33만 명에 이르렀다. 그 숫자 속에는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던 이웃에게 전해진 따뜻한 위로와 삶의 끈을 놓으려던 누군가에게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건넨 응원이 담겨 있다.

새벽 어둠을 가르며 켜지는 아침애만나의 불빛은 이제 단순한 급식소의 운영을 넘어선다. 수많은 사람의 헌신으로 이어진 이 존엄한 한 끼는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의 이웃들을 지탱하고 내일을 꿈꾸게 하는 공동체 안전망이 되고 있다.


황서현 기자 fanfare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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