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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폭력자 사주받아 간장 뿌리고 래커칠…‘보복대행’ 20대男 검거

입력 | 2026-05-17 15:28:00

서울 구로경찰서. 서울=뉴스1


돈을 받고 특정인의 주거지에 오물을 뿌리거나 지인들에게 악성 문자메시지 폭탄을 뿌리는 이른바 ‘사적 보복 대행’ 업체의 행동대원들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문자 폭탄 30만 원’ 등 가격표를 붙여놓고 영업을 하는 한 업체는 조직원이 체포된 후에도 “새로운 처리반(행동대원)이 입사했다”며 인력 충원을 홍보하고 나섰다. 정부가 나서서 사적 보복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으나, 이들은 수사기관을 비웃듯 불법 영업을 계속하는 형편이다.

● 서울·인천서 행동대원 잇따라 검거

17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서울 한 아파트 현관문에 간장을 뿌리고 래커칠을 한 20대 남성을 협박과 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보복 대행업체의 행동대원인 그는 조직 윗선으로부터 80만 원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범행이 과거 자신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된 것에 앙심을 품은 의뢰인이 해당 업체에 보복을 사주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조직 윗선의 행방과 피해자의 주소가 유출된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인천에서도 최근 보복 대행업체의 행동대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13일 오전 5시 반경 서구 청라동의 피해자 아파트 현관문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 등 음식물을 던진 이모 씨(27)를 체포해 수사 중이다. 이 씨는 착수금 30만 원을 받고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6일 이 씨의 거주지인 충남 천안에서 그를 체포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근 보복 대행 사건이 전국에서 발생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총 25차례에 걸쳐 주거지 테러를 벌인 사적 보복 대행 일당 3명이 경찰에 검거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을 이용한 보복 대행 범죄는 지난해 8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69건 발생했고, 검거된 피의자는 50명이다. 경찰은 보복 대행 조직원과 의뢰인을 추적하고 개인정보 탈취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1명 붙잡히자 “새 대원 입사” 홍보

그러나 이런 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보복 대행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개 치고 있다. 구로서의 수사 대상에 오른 업체는 행동대원이 체포된 이후인 16일에도 텔레그램 공지를 통해 “수도권과 대전, 대구 지역에서 즉시 의뢰가 가능하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들은 “새로운 처리반이 입사했다”며 신규 행동대원의 영입을 알리는 인증 사진도 게시했다.

경찰 수사 중에도 추가 피해자는 등장하고 있다. 15일 해당 업체로부터 또 다른 피해를 입었다는 이모 씨(30)는 “새벽에 걸려 온 전화를 받았더니 모욕적인 언사가 쏟아졌다”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보니 지인 계정에는 ‘이○○이 성병에 걸렸다’는 허위 댓글로 도배돼 있었다”고 말했다. ‘SNS 테러’나 ‘통장 묶기’(계좌 정지) 등에 30만~45만 원의 가격표를 붙이고 영업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런 업체가 활개 칠 수 있는 이유는 피해자의 주소나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확보할 길이 여전히 뚫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텔레그램을 무대로 활동하는 한 사이버 흥신소는 이날 “기업과 관공서 내부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와 재산, 휴대전화 번호, 주소지 조회가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구속기소된 보복 대행 일당은 배달의민족 외주 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피해자의 주소지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선서의 행동대원 수사와 별개로 업체를 운영한 윗선과 개인정보 유출 경로에 대해선 서울과 경기, 대구의 시도 경찰청을 동원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다른 범죄를 위해 모였던 조직도 보복 대행업체의 수법을 모방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 간 연관성을 밝힐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15일 SNS에서 “사적 보복 대행은 부탁하는 사람도, 부탁받는 사람도 모두 중대 범죄”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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