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워런 버핏 “자식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남기지 마라”
미국 작가 디네시 더수자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수백억, 수천억 원을 번 사람들을 조사해 이들이 공통적으로 자녀의 금융 교육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GETTYIMAGES
지인이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 해에도 수차례 자녀와 함께 해외여행을 갔다. 지금까지 아이는 해외여행을 좋아했고,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를 경험해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해 계속 해외여행을 다녔다. 이번 봄에도 해외여행을 준비했으나, 이제는 아이가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과정이 귀찮고 힘들다고 했다.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여행을 가는 날은 새벽 일찍 일어나 공항에 가야 하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짐을 부치고 보안검사대를 통과하고 출국 수속을 밟는 데 두세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기다린 뒤 또 줄을 서서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도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수하물을 기다린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시내까지 한 시간은 가야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는 집에서 노는 게 더 낫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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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해외여행은 귀한 경험이다. 지인은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가 해외여행을 귀찮아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교육이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1년에도 여러 번 해외여행을 가다 보니 아이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걸까. 배부른 고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지인은 해외여행을 1년에도 여러 번 가는 데 어려움이 없는 만큼 부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자녀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스로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형의 경우 자식에게 돈에 대한 인상을 어떻게 심어줘야 할지 고민한다.
미국에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이 자녀 교육과 관련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아직 어린 자식이 망아지를 사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그럴 돈이 없다” “우리는 못 사”라고 말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부모는 마음만 먹으면 망아지를 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고, 또 그 사실을 아이도 알고 있다면 아이는 “사줄 수 있는데 왜 안 사주느냐”고 항의할 것이다. 부모는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인형은 사줄 수 있지만 왜 망아지는 사줄 수 없는지, 장난감 반지는 사줄 수 있지만 진짜 보석은 왜 사줄 수 없는지 대답해줘야 한다. “비싸서” “돈이 부족해서”라는 대답이 통하지 않을 때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의욕을 남기는 경계는 어디인가
워런 버핏은 자녀 금융 교육과 관련해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은 남겨주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남기지 마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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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자녀 금융 교육과 관련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은 남겨주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남기지 마라”는 말이다. 누구나 부모 입장이 되면 자식이 풍요롭게 살기를 바란다. 부모가 여유가 없어 해주지 못하는 게 문제이지, 할 수만 있으면 다 해주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다 해주다 보면 자녀가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을 잘살 수 있는 돈이 있다 보니 인생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인생을 망치는 길이다. 부자가 된 부모는 일에서 찾을 수 있는 인생의 행복, 보람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안다. 자식이 부모의 돈을 믿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낸다면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버핏은 자식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모두 할 수 있게 해주되,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까지 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경계선이 어디일까. 얼마나 지원해주면 자식들이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고민은 ‘보통 부자’들의 고민은 아니다. 대대손손 잘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몇백억 넘는 부를 가졌을 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쨌든 부자들은 자식의 돈 교육과 관련해 큰 고민을 한다. 일반 사람은 잘 모르는, 부자들의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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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39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