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남편-시어머니-친모 살해… 대만 기자가 3년간 면담하며 취재 “남편의 도박과 폭력 때문” 주장… 당시 만연했던 도박 문제도 시사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후무칭 지음·김주희 옮김/436쪽·2만5000원·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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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위루(위쪽 사진)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다룬 2009년 12월 18일자 대만 일간지 ‘롄허보’. 린위루는 남편과 시어머니, 친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대만 기자인 저자는 판결 이면에 다른 진실이 있는지 추적한다.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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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제가 희대의 패륜 며느리로 불려야 하나요?”
이 책은 대만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2022년 6월부터 3년간 린위루와 면담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집필한 취재기다. 가해자의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논쟁적이고 불편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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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그가 알코올 의존증에 간경화 증상까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저는 그제야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도박과 술 둘 다 좋아하니 집안의 나쁜 기질만 물려받은 셈이라고, 이건 완벽한 인과응보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또 아들을 빌미로 저를 협박했습니다. (중략) 그때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죽여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물론 린위루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화자가 아니다. 저자 또한 린위루의 증언 중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 위해 친언니와 변호사, 담당 경찰 등 주변 인물들을 취재했다. 그 결과 부부간 성폭행, 반복되는 남편의 도박 문제 등 린위루의 살인 이면의 문제들을 헤집어 낸다. 더 나아가 당시 대만 사회에 번성했던 도박 문제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책은 모두가 손가락질했던 살인범의 목소리를 복원함으로써 한 인간의 삶을 단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저자조차 때로는 ‘마음을 연 취재원’으로, 또 때로는 ‘교활한 여자’로 린위루를 바라본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의심해야 할까. 그 혼란스러운 시선을 따라다가 보면 “타인의 인생을 파고드는 일이 마치 한 판의 도박과도 같다”는 저자의 말에 납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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