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광화문에서/조권형]공소취소권 담긴 특검법, 제동 과정 되짚고 책임 물어야

입력 | 2026-05-12 23:10:00

조권형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분위기가 좋으면 스스로 까먹는 묘한 재주가 있다.”

6일 민주당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가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내뱉은 자조 섞인 한탄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등을 수사하는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부여한 ‘조작기소·조작수사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해 6·3 지방선거 전 처리를 공언했다가 불과 나흘 만에 선거 이후 처리로 선회한 것을 일컬은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직접 ‘속도 조절’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의 방침을 바꾼 격이 됐다.

하지만 이번 촌극으로 민주당의 핵심 전략 지역인 영남권은 물론이고 수도권 박빙 지역에는 여파가 적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보수 진영은 결집했고 국민의힘은 사법질서를 파괴하는 ‘정권 심판론’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다. 대한민국 정상화와 지방권력 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실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는 특검범 발의 직후부터 선거 와중에 무리한 일이라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였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특검법 발의 전 의원총회에서 논의했어야 한다”고 했고, 인천의 한 중진 의원은 “일단 특검을 해서 진상이 규명되면 공소취소 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3일 공개적으로 “고생하며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히 해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당은 6일 원내대표로 단독 출마한 한병도 전 원내대표가 재선출된 뒤 의총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원내지도부에 공을 넘겼다. 그러다 4일 이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 시기나 절차는 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밝힌 것. 결국 당시 원내대표 후보 자격이었던 한 원내대표가 “내부적으로 숙의하고 국민 여론도 더 들어볼 것”이라며 사실상 논의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공소취소 이슈 쟁점화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여론 부담은 고스란히 남았다. 당장 일선에서 뛰는 후보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에게 “공소취소 시도에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 압박하고, 정 후보는 “입법부에서 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식이다. 일부 후보는 공소취소권과 관련해 “당연히 내용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역풍을 피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번 전략적 패착과 관련해 지선 전 특검법 처리를 발표하기까지 논의와 결정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 당 일각에서는 20일이 목표인 국회의장 본회의 선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지선 전 특검법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도 뒤늦게 나온다. 원내대표 공백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며 드라이브를 건 것인지, 조작기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강경파에 휘둘린 것인지, 대통령실과는 어느 수준으로 이야기를 나눈 것인지 등이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법안에 포함된 특검의 공소취소권이 어떤 논의를 거쳐 포함되었는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조권형 정치부 기자 buzz@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