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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2심, 징역 15년 선고…최초 구형량만큼 나왔다

입력 | 2026-05-07 11:10:00

1심서 15년 구형, 23년 선고
2심선 23년 구형, 15년 선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인정되고
책임회피 급급, 납득못할 진술
사전 모의나 적극 가담은 아냐”



한덕수 전 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23년보다 형량이 8년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문건에 국무위원들의 서명을 받으려 했다는 부분, 특검이 기소 안 한 부분을 1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부작위범’으로 판단한 부분, 한 전 총리의 탄핵 심판 위증 부분 등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봤다.

● 항소심, 위증-서명 쟁점서 1심 판단 뒤집어
7일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이승철)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위증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피고인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한 전 총리에게 특검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에 특검은 지난달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2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계엄 선포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란 행위 가담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지만, 일부에서 판단을 달리했다.

먼저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비상계엄 선포 관련 문건’의 서명을 받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부서라는 외관을 형성하려 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회의 참석자 서명을 받아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한 전 총리도 국무위원들에게 ‘여기 모여서 회의에 참석하였다는 의미로 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검은 이 부분을 ‘계엄 외관 형성’ 관련 혐의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각 발언 내용과 상황만으로는 부서를 받고자 한 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당시 함께 있었던 국무위원들이 피고인이 부서를 요청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당시 서명 작업을 하려던 문건이 비상계엄 선포 관련 문건인지도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특검의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엄 선포 문건이 아닌 국무회의 관련 문건에는 한 전 총리가 참석자 서명을 받으려 했고 이 부분은 원심과 동일하게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 ‘부작위범’도 1심 ‘유죄’-2심 ‘무죄’…“기소 안 하면 심판 못 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특검이 기소 안 한 부분을 부작위범으로 인정해 유죄 판단을 내린 부분도 잘못이라고 밝혔다. 앞서 1심은 특검의 구형량(15년)을 훨씬 넘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불고불리의 법리에 따라서 파기를 해야 한다”며 단전단수 논의 등에 대해 부작위범이 성립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직권 파기했다.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한 발언을 위증으로 기소한 부분도 일부 판단이 달라졌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20일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 집무실이나 대접견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본 적 있느냐”는 국회 측 대리인 질문에 그“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문건을 주는 건 본 적 없느냐”는 질문에도 “보지 못했다”고 했고 특검은 위증으로 기소했다.

이 부분을 1심은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무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이 말한 ‘문건’을 한 전 총리가 계엄 관련 문건이 아니라 ‘단전 단수 조치 지시사항’ 문건으로 이해하고 대답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객관적 사실에 반하고 기억에 어긋나는 허위의 진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한 전 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외에는 항소심과 원심의 판단이 동일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내란 행위에 가담하기로 결의하고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심의를 건의하는 등 내란 행위에 있어 중요한 임무에 종사했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문 표지 등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고, 헌재 탄핵심판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도 그대로 위증이라고 봤다.

● “韓, 계엄 심각성 알면서 가담…책임 회피 급급”
재판부는 “1970년부터 1980년경 있던 계엄 조치와 내란 상황을 경험해 그러한 사태가 야기하는 광범위한 피해와 혼란, 심각성과 중대성을 잘 알고도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에서 오는 막중한 책무를 저버렸다”며 “오히려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고, 자신의 죄책을 감추지 위해 사후적 범행들까지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계엄 충격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계엄 관련 문건을 대부분 직접 파쇄했다고 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계엄이 있기 전까지 50여년간 공직자로 봉직하는 동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다수의 훈장 등을 수여받는 등 국가에 헌신해 온 공로가 있다”며 “내란 행위를 사전에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하는,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렵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되자 대통령을 대신해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 주재해 계엄이 약 6시간 만에 해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령과 환경,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도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들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선고를 듣는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재판부가 주문을 낭독하기 전 일어섰던 그는 선고가 끝나자 재판부를 향해 한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재판부가 먼저 퇴장하자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이기도 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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