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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휴어기 돌입한 대형선망, 7월 조업 재개 비상

입력 | 2026-05-07 09:33:00


4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중동전쟁 여파로 어업용 면세유 가격이 올라 연근해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출항해 아귀잡이에 한창이어야 할 때거든요. 근데 보이소. 저래 전부 묶여 있다 아입니꺼.”
4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항. 어선에 경유와 휘발유를 공급하는 급유소에서 근무 중이던 강모 씨(73)가 정박해 있는 50여 척의 고깃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3월 200L들이 드럼당 17만5940원이던 어업용 면세유 가격이 4월에 27만6200원으로 10만 원 넘게 급등한 뒤 벌어진 풍경이다.

중동전쟁이 조속하게 끝나지 않는다면 드럼당 가격은 이달 30만 원을 넘어 40만 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어업 현장에서 나온다. 조업 포기 사례가 늘고, 어민 생계 위협은 한층 심각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 씨는 “하루에 소형 어선은 한 드럼, 중형 어선은 세 드럼을 연료로 쓰는데 고기를 잡아 남기는 돈보다 기름값이 더 많이 든다”며 “그물 같은 어구 가격은 물론 선원 인건비까지 올라 어민들이 삼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던 20년 경력의 60대 활어 경매사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획량 감소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라며 “갑오징어와 아귀 등이 제철인데 이상 수온 탓에 예년만큼 잡히지 않는다. 기름값이 올라도 고기만 많이 잡힌다면야 배를 몰고 나갈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항구와 가까운 바다에서만 조업하고 예전보다 서둘러 돌아오는 배도 적지 않았다. 통상 4시간 조업하던 배들이 유류비 부담 때문에 2시간만 바다에 머물다 돌아오면서 전체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항구에서 만난 이들은 입을 모았다. 양정복 부산시수협 이사는 “부산 동쪽 해운대구 송정 해안에서 맨 서쪽인 강서구 명지동까지 24개 어촌계에 2500명의 어민이 10t 미만의 소형선을 몰며 조업 중”이라며 “유류비 폭등 이후 조업을 포기 사례는 부산 연안 전역에서 잇따른다”고 말했다.

중형급 이상 어선을 몰고 먼바다로 나가는 배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대형선망수협 소속 선사들의 타격이 특히 크다. 대형선망 선단은 129t급 본선과 불을 밝히는 등선 2척, 잡은 물고기를 싣는 운반선 3척 등 모두 6척이 한 조를 이뤄 조업한다. 한 척이 바다 밑을 훑으며 조업하는 트롤어선이나, 두 척이 그물을 펼쳐 함께 움직이는 쌍끌이 어선보다 연료 소모가 훨씬 많다. 대형선망 선단은 어업 경비 가운데 연료비 비중이 20%를 웃도는 만큼 유가 상승이 곧바로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형선망업계는 지난달 30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일제히 휴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달간의 선박 정비 기간에 꼭 필요한 엔진 윤활유나 로프 등의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7월 조업 재개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금양수산 관계자는 “휴어기 동안 엔진에서 폐윤활유를 빼내고 새 오일을 넣어야 하는데 제품 공급이 막힌 상황”이라며 “조업용 로프와 선체 보수용 페인트 등 석유 계열 자재 전반이 모두 부족하다”라고 하소연했다. 휴어기 중 제때 수리를 마치지 못하면 7월 조업 재개 이후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는 어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비 지원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보조금을 투입해 유가 상승분 일부를 보전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5억 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한 상황이며,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휘발유 사용 연안어선부터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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