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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주식”… 퇴직자들 노후자금 넣고, 손주는 ETF 샀다

입력 | 2026-05-07 04:30:00

[7000피 시대] 전세대 주식투자 바람 확산
퇴직연금 적립 1년3개월새 36%↑… “직접 굴리자” DC형-IRP 비중 증가
미성년 ETF 투자자 1년새 37% 껑충, 증시 가파른 오름세에 ‘단타’도 늘어
‘하락장 무경험자 과잉 투자’ 우려도




경기 시흥시에 사는 퇴직 공무원 이인섭 씨(70)는 올해 초 강세장을 맞아 본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섰다. 5년 전 부동산을 팔고 남은 돈 2억 원으로 2차전지 급등주와 코스닥 소형주에 올라탔다가 50%가량 손실을 봤던 아픔이 있어 이번 강세장에는 우량주에만 투자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반도체, 조선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면서 그동안 봤던 손실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 씨는 공무원 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 빠듯해 앞으로도 주식 투자로 용돈을 벌 계획이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불장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의 열기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뜨겁다. 노후 자금을 주식에 맡기는 노년층부터 부모가 증권 계좌를 개설해 주는 미성년자 자녀들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칠천피(코스피 7,000)’ 시대를 맞아 주식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환영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증시가 과열됐다며 낙관적 심리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크다.

● 중장년층 “예금 대신 주식으로 연금 굴리자”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는 75.23%나 상승하며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5.2%), 나스닥지수(+7.9%) 등을 크게 웃도는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의 적립금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개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말 103조9257억 원에서 1년 3개월 만인 올해 3월 말 141조6797억 원으로 36.3% 증가했다. 은행과 보험 대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증권사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말 56.6%에서 지난해 말 64.5%, 올해 3월 68.6%로 올랐다. DC형과 IRP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매수할 수 있다.

직장인 한민기 씨(41)는 올해 초 퇴직연금을 확정기여(DB)형에서 DC형으로 바꿨다. 성장 기업에 적절하게 투자한다면 회사의 연봉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은행 예금에 묻어두기만 하면 수익을 볼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한 씨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나스닥과 코스피의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ETF를 적립식으로 살 계획이다.

반도체, 방산, 조선 등 수출 증가세가 가파른 우량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용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팀장은 “과거에는 위험 선호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주로 주식을 매수했다면 최근에는 위험 선호도가 낮은 투자자들도 대규모 주식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예·적금을 깨거나 퇴직연금을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식으로 ‘머니 무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과세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강남 부동산 사듯 반도체 주식을 수억 원씩 사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장에 늘어나는 미성년 주주와 단타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의 국내외 상장 ETF에 투자 중인 19세 이하 투자자 수는 36만317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36.9% 늘었다. 2024년 말(16만1087명)과 비교하면 125.4%나 증가했다.

미성년 주식 투자자들이 보유한 ETF는 대부분 미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코스피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ETF가 보유 종목 상위권에 올랐다. 수백 개 종목으로 구성된 ETF를 매수하면 변동성이 낮아 장기투자에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증시가 급격하게 오르는 과정에서 소위 ‘단타’가 늘며 손바뀜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코스피+코스닥) 회전율은 43.28%로 지난해 5월(21.74%) 대비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연간 19∼25% 수준이었던 회전율은 올해 31∼43%로 높아졌다. 월간 누적 거래량을 상장주식 총수로 나눈 회전율은 높을수록 주식의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보통 강세장에서 포모(FOMO) 심리가 확산될 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 하락장 경험 없는 주식시장 낙관 우려도

시장에서는 증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달 증시 랠리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 중인 만큼 지속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락장을 제대로 겪어 보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강세장에서 과도하게 주식 투자에 나서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증시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기대가 큰 반도체와 전력기기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들 산업의 실적 전망이 꺾일 경우 주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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