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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만으론 부족”…북유럽이 말한 진짜 AI 전환

입력 | 2026-05-07 16:10:00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이다 레데매키 AI 핀란드 최고운영책임자(COO·왼쪽)와 스테판 벤딘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 지능형 시스템 부문장(오른쪽)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AI 도입 시 비용 절감·최적화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지, 기존 업무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개선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AI 도입(adoption)’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건 기존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AI를 살짝 얹는 것에 불과합니다.”

산업의 전 영역에 인공지능(AI)이 녹아든 AI 시대가 도래했다. AI를 어떻게 업무에 도입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모든 국가와 기업의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선도하는 미국과,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고민이 절실해졌다.

북유럽은 자체적인 AI 생태계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한+노르딕 혁신의 날 2026’ 행사 참석차 방한한 이다 레데매키 AI 핀란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스테판 벤딘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 지능형 시스템 부문장을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났다.

두 전문가는 “지금 보고 있는 AI 경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자체 모델 훈련 역량과 국가 간 협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국가나 기업이든 수동적 ‘AI 도입’이 아닌 능동적 전환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AI 도구 쥐어준다고 AI 전환 아니다”

레데매키 COO는 “지난 3년은 파운데이션 모델과 훈련에 어마어마한 투자가 쏟아진 시간이었다. 이제 질문은 그 모델들로 실제 산업과 기업에 가치를 가져오느냐”라며 AI 경쟁의 본격적인 2라운드가 이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레데매키 COO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Copilot 같은 AI 도구만 쥐여주곤 ‘이제 알아서 해봐’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건 AI 전환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경영진이 AI가 사업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AI 전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어 비용 절감과 최적화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며 “출발점이 ‘어떻게 과정을 효율화할까’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판 벤딘 RISE 국립연구원 지능형 시스템 부문장은 “문제는 새로운 것을 쌓는 게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을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업무 방식을 버리는 것(unlearn)이 진정한 전환의 시작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AI가 이미 비즈니스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수동적인 대응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의존 탈피하려면 자체 모델 훈련 역량부터”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이다 레데매키 AI 핀란드 최고운영책임자(COO·왼쪽)와 스테판 벤딘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 지능형 시스템 부문장(오른쪽)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제3의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국가 및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벤딘 부문장은 AI 주권(sovereignty) 확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없다면, 당신은 자기 자신의 계약 조건을 협상하는 셈”이라며 “유럽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AI 관련해 구매하는 것은 전부 미국 기반이다. 유럽의 돈을 미국에 갖다 바치고선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자금을 모으려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현재 유럽의 AI 전략을 비판했다.

이어 유럽의 현실적인 AI 경쟁력으로 미국·중국의 폐쇄적 대형 모델과 달리 “누구나 자체 모델을 훈련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꼽았다. 벤딘 부문장은 리눅스(Linux) 등 북유럽이 선도한 오픈소스 생태계를 언급하며 “미국과 중국이 획일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동안 유럽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로 움직여왔다. 대형 모델로 승부를 걸 수는 없지만, 경쟁의 판도 자체를 평등하게 만드는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웨덴은 프랑스 AI 연구소 Mistral과 협력해 AI 기가팩토리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을 추진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유럽 국가들은 자국을 넘어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레데매키 COO는 북유럽과 발트국이 협력하는 ‘New Nordics AI’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며 국경을 넘는 협력의 구체적 방식을 제시했다. 각국 수도의 공공서비스 AI 도입 사례를 교류하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모든 당국이 ‘AI를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도입하지?’라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왜 다들 혼자서 하려 하는가. 함께 이 문제를 풀면 배울 수 있는 게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벤딘 부문장은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T·업스테이지의 솔라(Solar) 모델 등 한국의 자체 언어모델 이니셔티브를 거론하며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네트워크로 협력한다면, 충분한 인재와 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하향식(top-down) 의사결정 문화가 스웨덴의 합의 중심 문화와 오히려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AI의 메신저가 아닌 지휘자 돼야”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이다 레데매키 AI 핀란드 최고운영책임자(COO·왼쪽)와 스테판 벤딘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 지능형 시스템 부문장(오른쪽)은 ““지금 보이는 AI 경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개인과 기업,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두 전문가는 AI 시대에 인간적 역량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레데매키 COO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써보고 배우되 “일상을 자동조종(autopilot) 모드로 살아가다보면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의도적으로 어떤 문제와 기회가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딘 부문장 역시 AI를 업무에 활용하면서도 주도권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교사가 AI로 시험을 만들고, 학생이 AI로 답하고, 교사가 AI로 채점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인간은 AI 모델들 사이의 다리로 전락한다”며 “우리는 메신저가 아니라 지휘자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와 관련이 없어도 좋으니 하루 5분씩 새로운 것을 찾아 시도해보라. 변화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AI 시대에 적응력을 키우는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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