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보스턴 공항에 착륙하고 있는 스피릿항공 소속 항공기. 이 비행기는 이날 갑작스럽게 고객과 직원들에게 영업 중단 사실을 통보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항공유 가격 폭등에 비축유 물량까지 바닥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이 잇따라 영업을 중단하거나 항공 노선을 대폭 축소하는 등 항공 대란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LCC들은 아예 영업 자체를 중단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의 초대형 항공사들도 성수기 노선을 취소하면서 ‘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4일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를 비롯해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스위스항공 등 ‘루프트한자 그룹’ 내 항공사들은 10월까지 총 2만 편의 단거리 비행편을 감편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감편 노선 중 상당수는 그룹사 소속 LCC가 담당하는 국내선 위주의 단거리 노선들이다. 이 회사는 또 지역 항공사인 ‘시티 라인’의 운항은 아예 중지하는 결정도 내렸다. 에어프랑스-KLM 그룹도 유럽 내 노선 160여 편을 취소하기로 했다. 유럽 항공사들의 이같은 노선 감축은 연료비 폭등 때문이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은 최근 분석 결과 4~6월 사이에만 연료비 지출이 작년 대비 8억887만9000파운드(1조6215억 원) 늘어나는 등 올해 총 17억6502만7000파운드(3조5382억 원)의 연료비가 작년보다 더 들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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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은 유럽을 너머 미국 대형 항공사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이란 전쟁으로 비용이 20억 달러(2조9115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운항 편수를 지난해보다 3% 가량 증가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델타항공이 올해 공급할 예정이던 좌석 수의 3.5%가 증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여행 전문지 트래블 위클리는 그나마 델타 항공의 노선 감축이 이 정도로 끝나는 비결은 델타가 미국 항공사 중 유일하게 자체 정유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에어캐나다가 밴쿠버와 앨버타, 토론토와 옐로나이프를 잇는 국내선 일부 노선을 짧게는 8월, 길게는 10월까지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고, 웨스트젯은 운항 좌석 수를 총 5.5% 줄이기로 하는 등 북미 대형 항공사들의 항공 편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