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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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친구들이 아주 열심히 합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얘기다. 대한조정협회 관계자에게 ‘조정을 생활체육으로 하는 이들도 있습니까’ 하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당시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통합이 체육계 주요 이슈였던 시절이다. 이 관계자는 “‘엘리트’ 선수들이 조정 과외로 용돈벌이도 한다”고 덧붙였다.
과외까지 받아 가며 조정을 배우는 건 해외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는 1829년,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는 1852년부터 학교 대항전을 치를 정도로 조정은 전통이 깊은 스포츠다. 2024년 파리 대회 때까지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출신 선수는 총 1509명이고 그중 조정 선수가 450명(29.8%)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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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고교 라크로스 대회가 있다. 이 대회에는 어떤 학교가 참가할까. 짐작하신 대로다. 이달 23일 막을 올리는 ‘2026 라크로스 19세 이하 디비전리그’ 남녀부에는 △경기외국어고 △민족사관고 △세인트존스베리 제주 △세인트폴 서울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인천포스코고 △인천하늘고 △청심국제중고 △충남삼성고 △한민고 등 10개 학교가 참가한다. 모두 특수목적고 아니면 자율형 학교 아니면 국제학교다.
이번 대회 참가자 가운데 ‘라크로스 과외’를 받은 학생이 있다는 데 500원을 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그들만의 스펙’을 갖춰 미국 대학 문을 두드리는 걸 ‘유난 떤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소위 ‘체육 특기자’로 대학에 가겠다고 다른 학교생활은 멀리한 채 운동에만 매달리는 건 유난인가 아닌가.
홍익대는 2027학년도부터 ‘체육 특기자 전형’을 ‘체육 우수자 전형’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올해까지는 경기 실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는데 내년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으로 1단계 전형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학교 운동부 학부모들이 캠퍼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재 고교생은 다른 대학을 선택할 수 있지만 재학생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 대신 학부모가 시위에 나서는 건 유난인가 아닌가.
확실한 건 이런 ‘유학반’도 체육 특기자 지망생도 아닌 한국 학생 대부분은 운동과 너무 거리가 먼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도 공부’라는 말조차 체육 특기자 지망생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인공지능(AI)이 더 잘 알고 더 잘할 게 틀림없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보다 땀을 한 번이라도 더 흘리는 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지 않을까. 유학반 친구들이 이미 그렇다고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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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