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경련 1차 치료제 아티반 생산 중단 아티반 약가, 앰플당 782원…껌 보다 저렴 “낮은 수가와 ‘GMP’ 기준 강화가 원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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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경련이 멈추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투여하는 약인 ‘아티반’의 생산과 공급이 중단 됐습니다. 대체약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약을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배우리 서울성모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 교수)의 호소다. 급성 경련 증상을 보이는 소아 환자에게 가장 먼저 투여되는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이 공급 중단된 가운데, 재고가 바닥이 나면서 소아 응급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 열성 경련 등에 사용하는 ‘아티반’의 재고가 이미 바닥이 났거나 있더라도 2~4개월 수준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등은 8월 말까지 사용량을 비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소 규모의 병원들은 이미 재고가 모두 소진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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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지난해 무균의약품 GMP를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했다. 의약품의 국제적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재가입을 위한 차원이다.
이에 따라 완제의약품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 제약사들은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추가로 설비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익이 낮은 의약품의 생산을 포기한 것이다.
A제약 관계자는 “아티반을 생산하는 전용 설비가 수명 연한을 다해 더이상 공급이 어려워 식약처와 상의를 통해 지난해 말까지만 생산하고 중단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설비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을 다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낮은 약가도 문제다. 아티반의 약가는 앰플당(2㎎) 782원이다. 껌 한 통 값도 안되는 수준이다. 생산원가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여기에 정부의 GMP 기준 강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미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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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티반은 효과가 빠르고, 오랜 시간 동안 소아 경련 환자에게 초기 약제로 사용온 만큼 생산이 중단된다면 응급실 진료 현장에서 혼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아티반은 소아 급성 발작의 1차 치료제로 간 대사 부담이 적고, 정맥주사 후 즉시 효과가 나타나며, 효과 지속시간이 길어 다른 약으로 단순 대체할 수 없는 생명줄”이라며 “대체제인 디아제팜 등이 있지만 호흡 억제 등의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균제제 GMP를 강화해 의약품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 자체는 옳지만 껌 한통 값도 안되는 헐값 위에 GMP 강화라는 새 규제만 얹혔다”며 “원가 보상 없는 헐값 약가에 수십억 원대 시설 투자를 요구하면서 40년 넘게 이 약을 만들어 오던 제약사가 결국 생산을 포기했다. GMP 인증서는 완벽해졌는데, 정작 환아 손에 약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단순 열성 경련일 경우 5분 안에 멈추지만, 열성 경련이 10분 이상 지속될 경우 아티반을 곧바로 투여하지 않으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아이에게 영구적인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정상적인 성장 등 발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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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혈관 확보가 어려운 응급 상황에서 코로 분무해 즉각 발작을 멈추는 미다졸람 비강 스프레이(MAS)의 국내 도입과 급여 등재 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용재 회장은 “규제가 약을 빼앗아 갔다면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미다졸람 비강 스프레이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유럽 의약품청(EMA가 이미 승인한 약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신속 도입과 급여 등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