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도 요양원-응급실 ‘떠돌이’ 최근 5년간 연명의료 중단 34만명… 그중 24만명 호스피스 이용 못해 전문 기관-서비스 턱없이 부족… 인건비 지원 예산은 3년째 동결 “생애말기 돌봄 정부지원 강화를”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에서 고솔지 호스피스 팀장(오른쪽)과 김영탁 사회복지사(왼쪽)가 환자 김영미(가명·60대)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김 씨처럼 연명의료 중단 후 호스피스를 제대로 받는 사람은 전체 연명의료 중단자의 30%뿐이다. 나머지 대다수가 호스피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숨지는 ‘임종 난민’이다. 청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낙상 사고 후 자녀들은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찾다가 지역 비영리단체에 급히 도움을 청했다. 단체의 소개로 말기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재택 진료를 하는 ‘집으로의원’ 김주형 원장이 김 씨를 찾았다. 김 원장은 통증을 못 견디고 손발을 휘젓는 김 씨에게 간신히 진통제와 수액을 투여했다.
약 기운에 고통이 잦아든 것도 잠시, 김 씨는 이틀 뒤인 24일 새벽 숨을 거뒀다. 수년간 투병 생활 중 김 씨가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은 건 생의 마지막 단 이틀뿐이었다. 생애 말기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받으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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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혈액 투석처럼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한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70% 이상이 한 달 내 사망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5년간 임종기 완화의료 등 호스피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숨진 ‘임종 난민’은 2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임종 난민 대다수는 집과 요양병원, 응급실 등을 전전하다 생을 마감하고 있다. 종합병원 등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대개 집에서 죽기를 원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 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맡겨지고, 병세가 더 악화되면 응급실을 찾기 일쑤다. 평강호스피스의 박현숙 회장은 “요즘엔 119를 불러 임종기 환자를 이송하려고 해도 응급실에서 ‘의료진도 없고, 해줄 것도 없다’며 수용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 100만 명당 호스피스 병상 37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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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자들이 선호하는 가정형 호스피스는 더 취약하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2021년 39개에서 지난해 40개로 4년 새 1곳만 늘었다. 연간 신규 호스피스 환자 중 가정형 이용자는 10%에도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호흡부전, 만성 간경화 등 5개 질환의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말기 구분이 비교적 명확한 암 이외의 질환은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국내 가정형 호스피스는 신체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가족의 24시간 돌봄 부담을 완화하도록 요양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호스피스와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복지사 등의 인건비로 사용되는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원 예산은 2023년 63억8100만 원에서 이듬해 69억6600만 원으로 늘어난 뒤 올해까지 3년간 동결됐다. 기관 1곳당 1800만∼4600만 원이 지원되는데, 이는 인력 1명을 충원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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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난민
임종기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처럼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했지만 자택이나 전문시설에서 호스피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요양병원, 응급실 등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임종기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처럼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했지만 자택이나 전문시설에서 호스피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요양병원, 응급실 등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광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