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 먹고 싶으면, 나무 밑동을 벴던 ‘루이지애나 야만인’ 성과급 더 달라고, 韓 경제-안보 ‘미래’에 도끼질하려는 노조
천광암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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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에 사는 야만인들은 과일이 먹고 싶으면, 밑동을 베어 나무를 쓰러뜨린 뒤 열매를 딴다.”
1748년 출간된 몽테스키외의 저서 ‘법의 정신’에 나오는 구절이다. 전제 정치가 얼마나 파괴적 결과를 낳는지를 경고하기 위해 든 비유다. 하지만 그보다는 현재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놓고 벌어지는 쟁탈전에, 이 비유가 더 잘 들어맞을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에 눈이 멀어 한국 경제의 성장과 고용, 수출과 경상수지, 국가 재정과 경제 안보의 ‘버팀목’인 반도체 생산라인을 파업으로 멈춰 세우겠다는 것이, 오늘 한 끼를 위해 나무 밑동을 베는 ‘야만’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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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반도체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액이 하루에만 1조 원, 파업 장기화 시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직접적인 손실도 크지만 ‘파업 리스크’로 인한 신뢰 손실과 브랜드 가치 훼손은 훨씬 더 아프다.
회사야 어찌 되건 내 몫만 많이 챙기면 된다는 노조의 이기주의적 행태는 ‘길 가던 나그네’까지 “내 몫 내놓으라”고 덤비게 만드는 ‘촌극’까지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반도체 호황은 특정 산업만의 성취가 아니라 여러 차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막대한 부담을 감내해 온 농어민들의 희생이 축적된 결과”라며 농어민 환원 확대를 주장했다. 또 국회의원 재선 도전에 나선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익균점법’까지 들고나왔다.
문제는 메모리 수요가 꺾이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점이다. ‘사이클’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반도체산업은 한발만 삐끗해도 ‘천 길 낭떠러지’다. 과거 메모리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흔히 반도체 하면 떠오르는 게 ‘클린룸’인데, 이 클린룸을 처음으로 ‘발명’한 곳이 일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한때는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반도체 톱10’의 1위부터 6위까지가 일본 기업이었다. D램만 따지면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다. 그러나 지금은 메모리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은 흔적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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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것도 없다. 충격적인 실적 부진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이 연이어 ‘반성문’을 내고, 삼성전자의 미래에 의문을 품은 외국인 주식투자가들이 33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던 게 불과 1년 반 전이다. 운 좋게 ‘AI 투자 붐’에 올라타 기사회생했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 때인가.
메모리와 함께 반도체의 두 축이 돼야 할 파운드리의 경쟁력은 또 어떤가. 2021년 말 34%포인트였던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작년 말 6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고작 7%다. 이대론 희미한 반전의 불씨마저 사그라질 판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MS 어디에도 노조가 없습니다. 그 회사들의 성공에는 노조가 없다는 점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이테크 기업의 회장과 CEO들은 제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할 겁니다.”
‘자기 발등 도끼로 내리찍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보면서 창 회장과 전 세계 하이테크 기업의 CEO들이 삼성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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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