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경제부 기자·부장급
광고 로드중
‘연금’ 또는 ‘노후 현금 흐름’을 얘기하는 주변인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나이를 실감한다. 2∼3년 전만 해도 투자와 담쌓고 지냈던 친구들도 이제 이런 질문을 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담을 만한 상장지수펀드(ETF)로 뭐가 있을까?”
정년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지만, 월급 없이 30∼40년을 지낼 생각을 하면 솔직히 막막하다. 은퇴까지 남은 몇 년 동안 열심히 투자해서, 죽을 때까지 생활비 걱정은 면할 만한 현금 흐름은 만들어 두고 싶다. 국민연금 빼고 월 200만 원 정도? 기왕이면 300만 원?
안정적으로 돈 벌고 싶단 욕구
2030에 비해 모아둔 자산은 많지만, 다가오는 은퇴로 불안한 4050세대. 이들의 투자 성향은 모순적이다. 자산을 불리고는 싶지만, 삐끗해서 원금을 잃을까 두렵다. 앞으로 5∼10년이 자산 성장을 극대화할 마지막 기회이지만, 지금 망하면 재기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겨서다. 그래서 ‘안정적인데 기대 수익률은 높은’ 금융상품을 찾게 된다.
광고 로드중
커버드콜이란 주식을 보유하면서, 그 주식의 주가가 오를 때 수익 낼 권리(콜옵션)를 팔아 현금을 챙기는 걸 말한다. 이런 전략 때문에 커버드콜 ETF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높은 분배금을 나눠줄 수 있다. 요즘엔 보유한 주식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콜옵션을 팔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유해 주가 상승분까지 챙기는 2세대 커버드콜 ETF가 대세다. 안정적인 현금 확보와 주가 상승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설명대로라면 환상적이다. 지난 1∼2년 과거 수익률 기록도 상당히 좋다. 게다가 국내주식형 커버드콜 ETF는 배당소득세도 거의 없다니 더 솔깃하다. ‘배당+성장 다 잡는다’, ‘원금 안 까먹고 월 300 나온다’며 월 배당 ETF를 홍보하는 유튜브 영상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올해 들어 커버드콜 ETF엔 7조 원 넘는 투자금이 몰려, 순자산이 50% 가까이 불어났다.
‘원금이 감소할 수 있음’
하지만 생각해 보자. 원금이 깎이지 않고 영원히 연 15% 분배금을 지급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역사적 연평균 수익률도 약 10%에 불과하다. 지수를 5%나 초과한 수익률을 계속 이어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산운용사는 상품설명서에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이익금을 초과하는 분배금 지급 시 원금이 감소할 수 있음.” 이익이 안 나면 원금을 깎아서 분배금을 주겠다는 뜻이다. 높은 분배율만 보고 투자했다가, 자칫 해지하려고 보니 원금이 쪼그라들게 될 수도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은퇴 자산을 투자한다면 자칫 낭패를 볼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자산운용사의 수익 구조를 따져보자. 코스피200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일반 지수형 ETF의 수수료율은 0.01∼0.03%에 불과하다.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는 게 ETF의 큰 강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는 수수료율이 0.5% 안팎으로 수십 배 더 비싸다. 운용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커버드콜 ETF 출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다.
광고 로드중
한애란 경제부 기자·부장급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