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이상 ‘초고층’ 분류… 피난층·구조·설비 기준 강화 공사 난이도 높아져 공사기간↑ “통상 40층대 50~60개월·60층대 60~70개월 제시” 수주 과열로 무리한 공기 단축… “안전·품질에 치명적” 지적
실제 정비사업 사례를 보면 층수와 공사기간은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30층대 단지는 대체로 40개월대 공기가 제시된다.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은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로 49개월이 책정됐다.
40층대로 올라가면 공사기간은 50개월대로 늘어난다. 제물포역 북측 공공주택복합사업은 지하 4층지상~49층 규모로 56개월,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지하 6층지상~49층 규모로 57개월이다. 신반포2차 재건축 역시 지하 4층~지상 48층 규모에 57개월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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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단지 수주 과열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안전·품질 우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초고층 단지에 기존 고층과 유사한 공사기간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고 67층 아파트를 짓는 한 사업지에서는 두 건설사가 각각 57개월과 67개월의 공기를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50층 이상부터는 공사 조건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제시한 공기가 10개월가량 차이를 보이면서 안전과 품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의 건축물은 초고층으로 분류되며 재난관리와 구조·설비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단순히 층수가 높은 건물이 아니라 안전상 별도 관리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일정 층마다 확보해야 하는 피난안전구역, 복잡한 피난 동선 설계, 고성능 소방·제연 설비, 풍하중과 진동을 견디기 위한 구조 보강 등이 필수 요소로 추가된다.
여기에 고층부 콘크리트 타설, 자재 인양, 외장 및 커튼월 시공, 승강기·급배수·전기·소방 설비 등 전 공정의 난이도도 함께 높아진다. 단순히 층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 전반의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다.
도심에서도 이러한 초고층 개발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압구정, 여의도, 성수 등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고 중층 아파트 중심이던 도시 구조도 초고층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공기 단축 시도가 결국 다른 공정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골조 속도만으로 공기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지하 공사나 마감 공정이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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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공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창호, 내장, 설비 마감, 도장, 조경 등은 입주민이 직접 체감하는 품질 요소다. 공정이 과도하게 줄어들면 시공 완성도가 떨어지고 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기를 줄이는 것은 각 공정 시간과 검증 절차를 줄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안전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건설사들이 공사기간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22년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와 2023년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현장 안전과 공정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높아졌다. 수주 단계의 공격적인 일정보다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공기와 검증된 품질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숙련 기능 인력 부족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처럼 장시간 노동과 대규모 인력 투입으로 공기를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최근 건설사들의 보수적인 공기 산정은 변화한 건설 환경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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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