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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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건물에 들어섰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닐 수 있다.
노후한 배관이나 환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윙윙거림.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가 사람의 감정과 신체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행동신경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Frontiers in Behavioural Neuroscience)’에 26일(현지 시각) 게재된 연구 결과는 초자연 현상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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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주파는 지각·화산 활동뿐 아니라 도시의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발생한다. 노후한 배관, 공조(空調) 시스템, 교통, 산업기계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 책임자인 캐나다 맥이완대학교(MacEwan University) 로드니 슈몰츠 교수는 “저주파는 환기 시스템, 교통, 산업 기계 주변 등 일상 환경 전반에 널리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이 주파수가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36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각각 분리된 공간에서 음악을 들었다. 일부 공간에서는 약 18㎐의 초저주파를 숨겨둔 서브우퍼에서 재생했지만, 참가자들은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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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파가 재생될 때 참가자들은 더 높은 짜증과 불쾌감을 보고했고, 음악에 대한 흥미는 낮아졌으며, 동일한 음악도 더 슬프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타액 내 코르티솔 수치도 상승했다. 코르티솔은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특히 참가자들이 저주파 재생 서브우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반응은 무의식적 생리 반응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의 감정이다. 불안이 아닌 짜증. 공포라기 보다 은근히 거슬리는 불쾌감이 증가했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와도 닮아 있다. 극단적인 공포보다는, 뭔가 어긋나고 잘못된 듯한 느낌이지만 명확히 짚어낼 수 없는 불편함이 지속되는 상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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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유사과학과 초자연적 주장을 믿는 이유를 연구해 온 슈몰츠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초자연적 경험과 연결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진 건물을 방문했다고 생각해 보자. 기분이 묘하게 바뀌고, 이유 없이 초조해진다. 하지만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이상 현상은 없다. 오래된 건물, 특히 지하 공간에서는 노후 배관이나 환기 시스템에서 저주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 건물에서 ‘귀신이 나온다’고 들었다면, 그 불안감을 초자연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저주파에 노출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들리지 않는 소리’를 감지하는 걸까. 그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려한 가설 중 하나는 내이(속귀)에 있는 이석(耳石)기관과 관련 있다. 이는 주로 평형과 공감 감각을 담당하는데, 일부 동물에서는 저주파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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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성 때문에 초저주파 소리가 가득한 풍력 터빈 주변이나 지속적인 기계적 진동이 있는 환경, 혹은 오래된 건물에서 생활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저강도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실제 환경에서는 깨끗한 단일 주파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파수가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복합적인 노출이 기분이나 생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https://doi.org/10.3389/fnbeh.2026.172987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