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담?…“저강도라면 근육 강화로 보호”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이 근력과 심혈관 건강 개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한 시민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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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야 운동 효과가 크다는 통념과 달리, ‘내려가는 동작’이 오히려 근력과 건강 개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는 비만 노년층 등 특정 집단에서 확인된 결과로, 단순한 운동 강도보다 ‘운동 방식’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주 에디스 코완대(ECU) 운동 및 스포츠 과학 디렉터 켄 노사카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스포츠 및 건강 과학 저널(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근육이 늘어나며 힘을 쓰는 ‘신장성 운동(eccentric exercise)’의 효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신장성 운동은 아령을 천천히 내리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처럼 근육이 길어지면서 힘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계단 오르기처럼 근육이 짧아지며 힘을 쓰는 운동은 ‘단축성 운동’에 해당한다. 연구에 따르면 근육은 물체를 들어 올릴 때보다, 천천히 버티며 내려갈 때 더 큰 힘을 내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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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장성 수축은 일반적인 수축보다 20% 이상 높은 장력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계단 내려가기, 오르기보다 효과…근력·대사 지표 개선
이번 연구가 주목받은 계기는 ‘계단 내려가기’ 실험 결과다. 비만 노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12주간 주 2회 운동을 진행한 결과, 계단을 내려간 그룹은 올라간 그룹보다 근력과 심혈관·대사 지표 전반에서 더 큰 개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등척성 근력은 내려가기 그룹에서 34% 증가해 올라가기 그룹(15%)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13% 감소한 반면 올라가기 그룹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인슐린 민감도 역시 내려가기 그룹에서 12% 개선됐지만, 올라가기 그룹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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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계단을 올라간 그룹은 근력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혈압과 심박수는 일부 지표에서 오히려 상승하거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들게 운동을 수행했더라도, 결과는 운동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걷기·런지·집 운동까지…근육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
이 같은 효과는 계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리뷰 논문에는 다양한 신장성 운동 사례가 함께 제시됐다. 일반 걷기에 ‘천천히 버티는 런지 동작’을 결합한 8주 프로그램에서는, 단순 걷기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하체 근력과 신체 기능, 인지 기능 개선이 확인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같은 운동이 근력뿐 아니라 뇌 인지 기능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의 운동도 효과가 관찰됐다. 하루 단 3초간 아령을 천천히 내리는 동작만으로도 한 달 뒤 근력이 약 10% 향상된 사례가 보고됐다. 의자에 천천히 앉기, 벽 짚고 팔굽혀펴기, 발뒤꿈치를 내리는 동작 등으로 구성된 하루 5분짜리 가정 운동 프로그램 역시 8주 만에 근력과 유연성, 정신 건강을 개선했으며, 참가자의 90% 이상이 이후에도 운동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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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어야 효과 있는 건 아니다”…저강도 운동도 충분
노사카 교수는 “운동은 고통스럽고 힘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람들을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장성 운동은 기존 운동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신장성 운동을 만능 해법으로 보지는 않는다. 논문은 편심 운동과 다른 운동 방식 간 직접 비교, 운동 능력 향상 효과 검증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축구나 럭비처럼 반복적인 충격이 많은 스포츠에서는 오히려 근육 손상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결국 이번 연구의 핵심은 “힘들게 해야 운동 효과가 있다”는 기존 상식을 흔드는 데 있다. 노사카 교수는 “사람들은 덜 지치면서도 근력을 키울 수 있고, 같은 노력 대비 더 큰 효과를 얻는다”며 “운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껴질 때 더 오래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jshs.2026.101126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