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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이 구시대적 기준 탓에 무효화돼 유족들이 유산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80대 여성은 세 자녀 중 간병을 도맡았던 딸에게 아파트를 남기겠다며 노인복지관에서 배운 한글 프로그램으로 유언장을 작성했다가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자녀들이 3년째 소송 중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도 유언장은 손으로 직접 써야 하기 때문이다. 유언장에 첨부할 재산목록을 전자문서로 작성하거나, 주소를 일부 누락하는 등 사소한 실수 때문에 유언장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자필 유언장을 남기거나 공증인 앞에서 유언하는 등 5가지 방식이 있는데, 조금이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증인을 둔 상태로 녹음 유언도 가능하지만 유언으로 득을 보는 사람은 증인에서 배제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처럼 형식을 엄격하게 따지는 건 유언자의 의사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해 분쟁 소지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1958년 제정된 민법 조항이 68년간 바뀌지 않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요즘은 고령자들도 대체로 스마트폰이나 PC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도 꼭 손글씨로 유언장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뭔가. 거동이 힘든 사람은 장문의 유언장을 손으로 쓰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종이로 된 유언장은 분실될 위험이 있고, 글씨체가 맞느냐를 두고 법적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공증 유언 역시 수수료가 300만 원 넘게 들어 저소득층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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