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 동아일보DB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를 살펴보는 것도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현 대표팀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한국적인 전술로 첫 세계적 성과를 거둔 팀으로는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던 박종환호를 꼽을 수 있다. 당시 박 감독은 ‘6가지 번개 전술’로 불리던 세부 전술을 개발했다. 4-2-4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①풀백이 양쪽 날개로 공을 주면 윙(측면 공격수)이 공을 안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링커(미드필더)와 자리를 바꾼다 ②양쪽 풀백이 오픈스타일로 윙에게 패스하면 윙은 안으로 치고 들어가 오버래핑하는 풀백에게 연결시킨다 ③링커와 안쪽에 있는 선수가 좁은 폭의 오버래핑으로 중앙을 돌파한다 ④윙과 링커가 2 대 1 패스를 한 뒤 링커가 상대 수비를 교란하면서 양쪽 윙 위치로 돌아간다 ⑤일반적인 중앙 돌파를 시도한다 ⑥중앙 돌파(⑤번 공격)가 막혔을 때 양쪽 날개로 공격을 펼친다 등이다. 현대 축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오버래핑에 의한 측면 공격과 측면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위치 교환으로 상대 선수를 혼란시키는 전술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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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최대 성과인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기본적으로 3-4-3의 스리백을 운용했다. 이영표 송종국 등 좌우 윙백이 폭넓게 공수에 가담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수비에서는 홍명보가 중심이었고 미드필드와 공격진에서 박지성 안정환 이천수 설기현 유상철 황선홍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이때 측면과 중앙의 손발이 잘 맞았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은 상대를 숨 막히게 했던 고강도 압박 플레이였다. 이는 지역방어 및 중원 싸움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는데 히딩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한국 선수들의 체력 개선에 나섰다.
박 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모두 장기 합숙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이 강한 체력을 갖추게 한 뒤 세부 전술을 가다듬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감독은 평소 선수들이 연습경기에서 실점하면 그 실점한 골수의 10배만큼 운동장을 돌게 하는 등 지독하게 체력 훈련을 시켰다. 멕시코 고지대에서 뛸 것을 대비해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뛰게 했고 대회 보름 전 입국해 일찍 현지 적응을 시켰다. 히딩크 감독은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수별 맞춤 훈련을 하면서도 지옥 훈련에 가까운 셔틀런 등을 시켰다.
이후 환경은 크게 변했다. 세계 무대로 진출한 선수들이 많고 이전처럼 장기 합숙훈련을 하기는 힘들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던 파울루 벤투호는 다른 식으로 팀을 관리했다. 벤투 감독은 4-3-3을 기반으로 포백 수비와 빌드업 축구를 구사했다. 후방에서부터의 패스 플레이로 빈틈을 노렸다. 그는 대표팀 소집 때마다 주전 선수들을 별로 바꾸지 않고 줄기차게 같은 방식을 고집하며 연습시켰다. 역대 최장인 4년 4개월간의 긴 대표팀 감독 재임 기간 동안 답답할 정도로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한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으나 결국 이를 통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팀들이 낸 성과는 장기 합숙을 통한 집중적인 체력 및 조직 훈련으로 성과를 내는 방식, 장기 합숙은 하지 못하되 오랫동안 틈날 때마다 같은 전술을 훈련하며 특화된 장점을 갖춰 나가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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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