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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곡면 난제’ 해결, 바나나 껍질 벗기기 성공

입력 | 2026-04-27 00:30:00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
‘열 확산’ 방정식서 힌트 얻어
방향 정보 퍼뜨려 형태 파악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팀의 로봇이 크기와 형태가 다른 오이, 호박, 고구마, 감자, 당근 껍질을 벗기고 있다. 젬 빌랄로을루 교수 제공


로봇이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인 바나나,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오이를 써는 데 성공했다.

젬 빌랄로을루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교수 팀은 열 방정식을 활용해 로봇이 다양한 형태의 곡면 물체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2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실험에 쓰인 관절 6개짜리 로봇은 칼, 껍질 벗기개, 표면 탐색 도구 등을 교체해 장착할 수 있다.

로봇이 물체를 다루려면 표면 각 지점에서 어느 방향이 위인지, 앞인지 파악해야 한다. 상자처럼 평평한 면으로 이뤄진 물체는 어디서든 위아래와 앞뒤가 동일하다. 이와 달리 바나나나 고구마는 위치마다 표면이 휘어지는 정도인 곡률이 달라 하나의 고정된 기준을 쓸 수 없다. 바나나 한 종류만 해도 크기와 휨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형태마다 로봇에 별도로 가르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열이 표면을 따라 퍼져 나가는 원리를 수식으로 표현한 열 방정식에서 해법을 찾았다. 열 방정식은 시간과 위치라는 두 변수가 동시에 변할 때 열이 어떻게 퍼지는지를 기술한다.

연구팀은 표면 위 몇 군데에 기준점을 설정하고 방향 정보가 열처럼 기준점에서 표면 전체로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했다. 모든 지점의 방향이 자동으로 채워진 방향 지도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를 ‘확산 방향장(diffused orientation fields)’이라 불렀다.

확산 방향장을 활용하면 로봇이 새 물체를 만났을 때 처음부터 다시 학습할 필요가 없다. 로봇은 ‘표면을 따라 이동하며 일정한 힘으로 누른다’는 행동 방식을 저장해 둔다. 새 물체가 나타나면 카메라와 깊이 센서로 형태를 측정해 방향장을 새로 계산하고 저장된 행동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로봇이 바나나와 고구마 껍질 벗기기, 채소 자르기, 3차원(3D) 프린팅 물체 표면 탐색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센서 데이터 일부가 누락되거나 주변 환경이 복잡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연구팀은 “확산 방향장이 원격 조작, 궤적 계획, 강화학습 등 다양한 로봇 제어 방식과 결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옷감과 케이블처럼 형태가 변하는 유연한 물체로 기술을 확장하고 여러 물체에서 얻은 동작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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