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3대 교역국’ 베트남 공급망 동맹
SK, ‘한국형 AI 풀스택’ 첫 해외 진출… 효성重, 전력망 고도화-공장 신설
두산, 국영 기업과 신규원전 협력… 현대차, 현지 기술인재 키우기로
23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해 있다. 하노이=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인 베트남에 이번 이재명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재계 투자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동행한 기업들이 23일(현지 시간)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맺은 양해각서(MOU) 및 계약만 73건에 달한다. 양국 간 관계가 단순한 교역국을 넘어 공급망 동맹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 SK는 데이터센터, 효성은 전력망 고도화 24일 SK는 응에안성 정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와 각각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을 주축으로 베트남 국가 차원의 AI 산업 성장을 돕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SK의 청사진은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물론이고, 향후 AI 모델 개발·실증과 산업 특화 AI 서비스 확산까지 연계하는 ‘한국형 AI 풀스택’이다. 협력이 계속 이어지면 이 풀스택이 해외에 처음 진출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전력망 고도화와 공장 신설을 동시에 추진한다. 효성은 베트남전력공사와 전력망 고도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의 AI 기반 전력 자산 관리 솔루션이 현지 전력망에 시범 적용된다. 베트남 투자유치센터와는 고압전동기 공장 신설을 위한 MOU를 맺었다. 약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동나이성 비나기전 공장 부지에 연간 매출 1억 달러 규모의 생산기지를 만든다. 원자력 발전소 등에 쓰이는 2만5000kW급 고압전동기 생산 설비를 갖춰 내년 2월 양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번 MOU는 효성이 베트남에서 섬유에 이어 중공업 부문까지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박지원 회장이 나서 베트남 신규 원전 참여를 위한 협력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베트남 대형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베트남(PVN) 산하 PTSC, 페트로콘스와 맺은 베트남 신규 원전 협력을 위한 MOU를 통해서다. PVN은 베트남 최초의 상업용 원전 사업인 닌투언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의 ‘팀 코리아’는 한국형 원전을 앞세워 이 중 2원전 사업 수주를 노리는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 박 회장은 “베트남 신규 원전 참여를 위해 민관이 합심해 확대해 온 양국 간 협력이 향후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공헌과 인재 확보를 아우르는 투자도 이어졌다. 베트남 현지 합작 공장인 HTMV를 운영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기술 인재 양성에 힘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베트남 교육훈련부와의 MOU를 통해서다. 금형, 성형, 용접 등 완성차 제조 실무 위주 커리큘럼을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2031년까지 운영한다.
● 성장하는 ‘3대 교역국’ 베트남재계가 이번 대통령 베트남 순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베트남이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제2의 생산기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은 628억 달러(약 93조 원), 수입은 318억 달러(약 47조 원)로 양국 간 교역액은 총 946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만난 양국 정상은 이 교역액 규모를 2030년까지 1500억 달러(약 222조 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24일 베트남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또럼 베트남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부부 동반으로 하노이 대표 유적인 탕롱황성을 함께 시찰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또럼 서기장에게 해태와 소나무가 그려진 민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규연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반부패와 청렴을 강조해 온 그의 국정 기조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클래식 음악을 선호하는 또럼 서기장의 취향을 반영해 서기장 부부의 캐리커처 작품을 활용한 액자형 스피커도 전달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