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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월 14일자 동아일보 사회면에는 서울 환일고 3학년 10반 59명 전원이 개근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골절상을 당한 학생도 “교실에서 쓰러지겠다”며 40일 동안 택시를 타고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졸업식에서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곤 우등상과 개근상밖에 없고, 초중고 12년 개근상이 무엇보다 큰 훈장 같던 시절 얘기다.
▷요즘 초중고교 졸업식에서 개근상을 받는 학생은 10명에 1명도 안 된다. 체험 학습 등으로 결석하는 학생이 워낙 많다 보니 개근상을 없애고 학교생활기록부에만 출결을 기재하는 학교도 많다. 팬데믹으로 ‘아프면 집에서 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근은 더 희귀해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해외여행 한 번 안 가고 꾸준히 출석한 학생을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개근하는 학생이 계속 줄자 이제 대학들이 입시에 출결을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중앙대는 올해 입시부터 ‘수능 100%’였던 정시 전형을 ‘수능 90%, 출결 10’%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전형에서 동점자 발생 시 개근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서강대, 경희대, 인하대 등도 출결을 반영하기로 했거나 반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고교 교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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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출석률이 떨어진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2021∼2022년 만성결석률(출석률 90% 미만)이 30%를 넘었는데 그 영향으로 지난해 고교생 학업 성취도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에 연방정부는 ‘출석이 중요하다(Attendance Matters)’ 캠페인을 벌이며 결석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초중고교생 5명 중 1명이 한 달 이상 결석하는 아일랜드도 ‘매 등교일이 새로운 날(Every School Day Is a New Day)’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1989년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내 성공의 80%는 출석(showing-up) 덕분”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개근하려면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건강을 스스로 챙기고, 밤샘 게임이나 소셜미디어를 자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길러지는 인내심과 절제력, 시간 관리 능력과 책임감은 인공지능(AI) 시대의 사회생활에 더 돋보이는 덕목일 수 있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