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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2km 행렬… 여의도 메운 농민 2만 “희생 강요 개혁 반대”

입력 | 2026-04-21 16:49:58


마포대교 부근에서 윤중로까지 이어진 집회 현장에 2만여 명이 운집해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여의도공원 일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전세버스가 2km 넘게 줄지어 서며 도로를 가득 메웠다. 버스에서 내린 농민과 농축협 조합장들은 손팻말을 들고 속속 집결했고, 현장은 농협법 개정안을 둘러싼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날 열린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농민과 조합장 약 2만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생업을 뒤로한 채 상경해 정부·여당의 농협법 개정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농협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 중단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유지 ▲비효율적 감사기구 신설안 철회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변경 시도 중단 등 5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에 참석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현장에서는 개정안 주요 내용에 대한 반대 여론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전국 조합장 대상 설문조사 결과,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에 대해 96.1%가 반대했으며, 농식품부 감독권 확대(96.8%), 외부 감사기구 설치(96.4%) 등 핵심 쟁점 전반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 의견이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박경식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무대에 오른 박경식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모인 2만여 조합원들께 감사드린다”며 “농사를 포기할 수 없고, 빼앗길 수 없기에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농협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고육책”이라며 “그 고통은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가고, 농업인을 넘어 미래 청년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농협을 고치겠다는 이름으로 농협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조합원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절차적 문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자율성을 무너뜨린 개혁은 개혁이 아닌 개입”이라며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추진되는 것은 일방통행”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요 농업인 단체들도 참여해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농협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통제는 농업인 지원 축소와 농가 경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동 대응 방침을 밝혔다.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농민 2만여 명이 모여 농협법 개정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조합장 협의체는 이번 집회가 일회성 행동이 아니라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하며,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촉구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장에서 채택한 결의문을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농협중앙회 개혁을 통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감사기구 신설과 외부 전문가 중심의 감시체계 구축, 선거제도 개편 등을 통해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농협의 이중적 성격이 자리하고 있다. 농협은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으로서 자율적 운영이 핵심 가치인 동시에, 금융과 유통, 정책사업 등을 수행하는 공적 기능도 함께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 측은 외부 통제가 강화될 경우 현장 중심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정부는 공적 역할에 걸맞은 책임성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자율성 보장’과 ‘공공성 강화’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농협법 개정 논의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농민 2만여 명이 모여 농협법 개정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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