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해피빈 이일구 대표, 재참여율 51%가 보여준 ‘습관의 힘’
네이버 해피빈 이일구 대표가 해피빈 캐릭터 콩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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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구 네이버 해피빈 대표(53)는 매일 아침 반복되던 습관 하나를 바꿨다.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주문하던 대신, 해피빈을 열어 도움이 필요한 모금함을 살피고 커피 한 잔 값인 5000원을 기부한다.
“기부를 특별한 일로 남겨두면 오래 가지 않아요.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습관이 돼야 이어집니다.”
그는 “처음엔 커피를 안 사는 게 더 어색했다”고 했다. 습관은 생각보다 강했고, 그만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로, 기부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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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해피빈은 2005년 출범한 국내 대표 플랫폼 기부 서비스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기부를 특정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행동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네이버 해피빈 이일구 대표가 ‘DAN24’ 통합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_네이버 해피빈)
이 같은 구조는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와의 결합 속에서 확장됐다. 이 대표는 현재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을 겸직하며, 서비스 이용과 기부를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해왔다. 그는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와 해피빈은 같은 사용자를 바라보는 두 개의 렌즈와 같다”고 말했다.
초기 메일 서비스에서 ‘콩’을 지급하던 방식은 현재 블로그, 카페, 지식iN, 쇼핑 리뷰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 전반으로 확장됐다. 이용자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기부로 이어지는 구조다.
1개에 100원인 콩은 처음부터 ‘선한 일에만 쓰이는 화폐’로 설계됐다. 현금처럼 아깝다는 감정은 줄이고, 일반 포인트처럼 흩어지지 않도록 한 장치였다. 해피빈 측은 이를 두고 “사용자의 행동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 하던 행동에 의미를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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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는 실제 변화로 이어졌다. 네이버가 21년간 출연한 1163억 원은 플랫폼 참여를 통해 3200억 원 이상의 기부로 확장됐다. 누적 기부자는 1200만 명을 넘었고, 1인당 평균 5회 기부를 경험했다. 재참여율 51%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경험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대표 역시 “첫 기부는 캠페인이 만들 수 있지만, 두 번째 기부는 경험이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도 총액이 아니라 재참여율이다. 얼마나 많이 모였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남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부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이 되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해피빈 이일구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해피빈의 힘은 재난 상황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산불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네이버에 와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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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의 선의에서, 함께하는 문화로
기부의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개인이 조용히 단체를 찾아 기부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커뮤니티가 함께 움직인다. 팬덤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모금을 만들고 참여를 확장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콩 저금통’이다. 한 인플루언서와 팬들이 함께 만든 모금은 3년여 동안 30억 원이 넘는 기부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제안해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스스로 이어갑니다.”
기부가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행동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그는 “기부가 의무나 선행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활동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해피빈 이일구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기업 사회공헌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단독으로 기부를 진행하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나눔햇반’처럼 소비와 기부를 연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은 기업 사회공헌을 일상 속 참여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기술은 앞에 서지 않는다
해피빈은 기술 기반 플랫폼이지만,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 대표는 기술의 역할을 ‘연결’로 규정했다.
“기술은 화려하게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가 돼야 합니다.”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신뢰 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공익단체의 가입과 모금 집행 전 과정을 관리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플랫폼의 존재 이유도 사라집니다.”
● “별거 아닌데, 기분 좋은 것”
나눔의 철학은 교육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해피빈이 준비 중인 ‘나눔교실’이 그 시작이다.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 아이들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살아가게 된다. 이 대표는 그때 더 필요한 힘으로 ‘따뜻함’을 꼽았다.
“창의성도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그 따뜻함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눔교실은 이 가치를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네이버 해피빈 이일구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기부는 더 이상 큰돈의 문제가 아니다. 100원, 1000원, 그리고 한 번 더 참여하는 마음. 스크롤을 내리다 멈춘 순간, 그 이야기에 손을 보태는 선택. 그렇게 쌓인 작은 행동들이 결국 사회를 움직인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별거 아닌데, 왠지 기분 좋은 것.”
그가 말한 나눔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해도,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다시 걸어가게 하는 힘이 된다.
‘함께미래 리더스’는 공익 현장의 리더들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왔는지, 그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통해 미래를 묻는 인터뷰 시리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