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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때문에 대량해고 한다더니”…경영진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입력 | 2026-04-17 16:21:10

투자자 호평·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감원…실리콘밸리 공식 달라졌다



해고된 직원이 개인 물품을 들고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술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명분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해고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르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구조조정이 ‘위기 신호’가 아닌 경영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단계적 감원이 아닌 대규모 일괄 감축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력 감축으로 비용 구조를 빠르게 줄이고, 그에 대한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하는 방식이다.

스냅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1년간 주가가 약 23% 하락한 상태였지만, 1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는 하루 만에 약 8% 급등했다. 15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에반 스피겔 최고경영자(CEO)는 “AI 발전이 반복 업무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기업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WSJ는 블록, 아마존,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뒤 주가 반등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특히 블록의 경우 연초 대비 주가가 약 16% 하락한 상황에서 2월 말 직원 4000명,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감축했다. 이후 주가는 낙폭을 만회한 데 이어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블록 사례 이후 다른 기업 경영진들이 유사한 전략을 문의하는 등, 감원이 하나의 운영 방식처럼 공유되는 양상이다.

● “AI 때문인가”…전문가들 “구조조정 명분”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내세우는 ‘AI 효율화’에 대해선 신중한 해석이 나온다. 벤처캐피털 샤인캐피털의 모 코이프먼은 “대부분 기업은 언제든 인력의 30~50%를 줄여도 성과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며 “AI는 이런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명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시장 해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규모 감원이 ‘경영 악화’의 신호로 읽혔다면, 최근에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인건비 절감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기업들의 설명 방식도 변하고 있다. 단순히 ‘경영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이라고 밝히는 것보다, ‘AI를 통한 효율화’와 ‘조직 슬림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시장 반응이 더 긍정적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AI가 직접적으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업에서도 선을 긋는 분위기다. 코드 검증 기업 소나의 타리크 쇼캇 최고경영자(CEO)는 “AI로 일부 업무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40% 감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생성된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고용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경제학자 가드 레바논은 미 노동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34세 이하 대졸자의 실업률이 2년제 학위 소지자 실업률(4.1%)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학사 학위가 제공하던 고용 안정성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다나 피터슨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업종을 넘어 물류·창고 등 코로나 기간 고용이 급증했던 분야에서도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헬스케어를 제외하면 대부분 산업에서 채용 자체가 정체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은 해고도, 채용도 모두 활발하지 않은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감원 흐름은 기술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기보다, 비용 구조를 재편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이어지는 한, 유사한 결정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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