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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흑자=환율하락’ 공식 깨졌다…민간 해외투자 증가 영향

입력 | 2026-04-17 12:05:00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과거 공식이 깨졌다. 기업의 수출 호조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보다 ‘서학개미’를 비롯한 민간의 해외 투자 효과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17일 한은의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가 지속됐지만, 원-달러 실질환율은 꾸준히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015년까지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환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2023년 이후로는 경상수지 흑자의 증가 폭보다 환율이 더 큰 폭으로 뛰었다. 한은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대외자산이 과거와 달리 민간 부문의 ‘해외 자산 투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경상수지로 축적된 대외자산이 대부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등 준비자산의 형태로 축적됐지만 2010년대 이후엔 준비자산 외 대외자산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 채권 투자가 늘면서 자본이 유출돼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김지현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경상수지 흑자로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이 늘어 환율을 내리는 현상을 ‘상품 충격’, 국내 거주자의 해외 자산 투자로 인한 자본 유출이 환율을 올리는 현상을 ‘금융 충격’으로 명명했을 때, 2015년 이후 금융 충격 빈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외자산 구성의 변화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김 과장은 “과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대외자산을 축적했을 땐 외화 수요가 시장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젠 민간 부문이 외환 시장에서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다.

원화는 금융 충격에 다른 국가 통화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충격에 대한 원화 환율 반응 계수는 0.65로 일본(0.38), 미국(0.07), 영국(0.56), 스위스(0.11), 호주(0.36) 등보다 높았다. 한은은 이에 대해 한국의 외환시장 거래량이 주요국에 비해 적고 투자 주체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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