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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뜨거운 감자’로… 기업 “자본 확충” vs 주주 “책임 전가”

입력 | 2026-04-17 00:30:00

작년 삼성SDI-한화에어로 물꼬
올해 한화솔루션-SKC 유상증자
기업 “대규모 시설 투자비 필요”
소액주주 “꼼수 청구서에 불과”




최근 국내 증권시장이 반등하면서 유상증자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도입 등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생존을 위한 자금 조달 창구라고 주장하지만 소액 주주들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꼼수 청구서’라고 맞서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들은 시장의 거센 비판과 자금 조달의 절박함 사이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 주가 상승에 대규모 유상증자 ‘러시’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DI(약 1조7000억 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3조6000억 원)가 조 단위 유상증자의 물꼬를 튼 데 이어, 올해는 한화솔루션(2조4000억 원)과 SKC(1조 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SK하이닉스 역시 해외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사실상의 증자 효과를 노리는 등 다수 기업이 증시에서 자금 조달을 검토하며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유증 러시가 빗발치는 핵심 배경에는 ‘AI 등장’과 ‘고금리 장기화’가 자리 잡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CAPEX)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에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은 막대한 이자 비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상황이다. 또 부채 비율이 목 끝까지 찬 기업의 경우 유상증자 외에 해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SKC는 AI 반도체용 유리 기판 등 첨단소재 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기존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결국 주주배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화솔루션 역시 차입금 상환과 태양광 투자 확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이번 유상증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의 관심사가 됐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앞서 기업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유상증자가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업 “생존 위한 선택” vs 주주 “경영 실패 전가”


소액 주주들은 기업들의 유상증자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 소액 주주가 ‘패싱’됐다는 점과 경영 실패에 따른 채무 상환 책임을 주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 권리 보호 플랫폼 액트(ACT)의 정재웅 사업팀장은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 부재가 본질적인 문제”라며 “주주총회에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주주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한 회사가 적기에 증자하지 못하고 채무 상환에 실패하면 그 피해가 주주에게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소통 부재 문제에 대해선 법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인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유출하면 공정공시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는 ‘고무줄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사후에라도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회사 사정을 상세히 알리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사모대출’을 비롯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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