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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도, 축의금도, 청첩장도 없었다…김동연 차남 ‘3無 결혼식’

입력 | 2026-04-15 10:41:00


사랑의 짜장차 봉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부부가 수년째 이어온 봉사활동이다. 자료사진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결혼식장. 여느 정치인의 자녀 혼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길게 늘어선 축하 화환도, 축의금을 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하객들도 없었다. 그 흔한 청첩장조차 돌리지 않고 신랑 신부 가족과 가까운 친인척만 자리를 지킨 조촐한 결혼식이었다. 조용히 손님을 맞는 혼주, 김동연 경기도지사 부부의 얼굴에도 담백한 미소가 번졌다.

이른바 ‘3무(無) 결혼식’. 대선주자급 정치인의 가족 행사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소박했던 작은 결혼식은 김 지사의 진심과 인간적인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 14년 전 자신과의 약속

이날 ‘작은 결혼식’은 김 지사가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이었던 2012년, “내 자식만큼은 꼭 작은 결혼식을 치르겠다”라고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한 자리였다.

차남의 결혼식은 김 지사나 가족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13년 전, 백혈병으로 큰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으며 “심장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라고 자식 잃은 부모의 울분을 토해냈던 그였다.

하나 남은 아들의 결혼식을 누구보다 크게 축하받고 싶었을 법도 했지만, 주변 사람, 비서실 직원들에게조차도 차남의 결혼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철통 보안을 하며 공적 책임과 사적 감정을 구분했다.


결혼식이 끝나자, 김 지사는 혼주의 예복을 벗고 파란색 점퍼로 갈아입은 뒤 현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마지막 날이었다. 부인 정우영 여사도 화성시 당원의 상가를 찾아 조문하며 ‘공인은 공인답게’라는 부부의 원칙을 묵묵히 지켰다.

김 지사의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국무조정실장 시절, 큰아들의 장례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치렀다. 발인 이후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해 ‘원전 비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한 뒤에야 슬픔을 함께 나눴다고 한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 온 김 지사의 삶의 원칙이 차남의 ‘작은 결혼식’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 ‘조용한 나눔’…“생색내고 싶지 않았다”

김 지사의 조용한 행보는 비단 경조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이어온 꾸준한 기부 활동에서도 진정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경기도지사로 있는 4년 동안 31개 시·군 복지시설에 매달 10만 원씩 후원을 이어왔다. 장애인 시설, 노인 복지기관, 다문화 가정 지원시설 등 후원 대상도 다양하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부터 강원 양양의 지역아동센터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지금은 약 40곳 가까운 시설에 매달 400만 원 규모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총장 당시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기부한 사실은 2017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어릴 때 공부방이 없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애착이 컸다”라며 “아이들을 직접 만날 때 큰 보람을 느꼈지만 대단한 일도 아니고 생색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둥글둥글한 성품 속에 숨겨진 단단한 원칙,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보이지 않는 절제와 실천. 김 지사가 보여준 ‘작은 결혼식’과 ‘조용한 나눔’은 각박한 정치판에서 우리가 잊고 지낸 공직자의 진정한 품격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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