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직후 레바논 맹폭 1300여명 사상 “완수할 목표 남아…헤즈볼라 계속 때릴것”
8일(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최소 182명이 사망하고 890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2026.04.09. 베이루트=AP/뉴시스
이란의 핵 개발 저지는 물론이고, 신정체제의 붕괴 필요성도 주장해 온 이스라엘이 ‘작은 이란’으로 불리는 헤즈볼라 무력화를 이유로 어렵게 이뤄진 휴전에 찬물을 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 정권 연장과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전쟁 상황을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이스라엘 “헤즈볼라 계속 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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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대표는 성명을 내고 “이란과 미국이 휴전에 동의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이스라엘이) 불안정한 평화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주간 휴전 합의에 헤즈볼라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는 완수해야 할 목표가 더 많이 남아 있다”며 “언제든지 다시 전투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의 방아쇠에도 손가락이 걸려 있다”고 밝혔다. 휴전과 상관없이 독자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헤즈볼라가 절대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를 포함해 100개의 목표물을 단 10분 만에 초토화했다”며 “이번 공격이 2024년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작전’ 이후 헤즈볼라가 입은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자평했다.
● 네타냐후, 정치적 위기 돌파 위해 강경 대응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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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뉴시스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대한 전선을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한 안보 전략을 통해 이스라엘의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강조하지만 본인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과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토대로 이스라엘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 왔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장기간 이끌고 있는 극우 정권을 계속 연장하겠다는 것. 또 그는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 혐의로 이스라엘 사법 당국의 수사도 받아 왔다. 최대한 전시 상황을 이어가는 게 수사를 피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스라엘 채널12방송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미-이란 휴전 합의 이틀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휴전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도 전쟁이 이렇게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란 정권 붕괴와 농축 우라늄 확보 같은 그의 목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동시에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승자가 없는 전쟁에서 가장 큰 패배자(biggest loser)”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지속해 휴전 중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8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휴전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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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