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정규 4집 ‘개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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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한 남매가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에서 기발한 자작곡 ‘다리꼬지마’를 부를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가요계에 또 하나의 신예가 나타나는구나’ 정도의 감상에 그쳤다. 사실 그 땐 몰랐다. 이 남매의 성장을 10년 넘게 지켜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성장의 순간마다 더욱 깊어지는 음악 세계를 향한 호기심이 오래도록 이어지리라는 사실도 말이다.
오빠 이찬혁, 여동생 이수현으로 구성된 남매 듀오 ‘악뮤(AKMU)’가 7일 발표한 정규 4집 ‘개화(FLOWERING)’는 이들이 12년 간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를 지난해 말 떠난 뒤 선보이는 첫 앨범이다. 2019년 발표한 ‘항해’ 이후 7년 만의 정규 앨범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과 선공개곡 ‘소문의 낙원’을 포함한 11곡 전곡을 이찬혁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했다. 악뮤는 앨범 소개에서 “긴 항해 끝에 발견한 각자의 강점과 취향을 활짝 피워냈다”며 “어느 새 곁에 모인 동료들과 만들어 낸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낙원’을 모두가 즐겁게 맞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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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템포의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악뮤 특유의 서정성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노래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감정을 선악으로 나누지 않고 모두 아름다운 존재로 끌어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일상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가사는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이찬혁은 최근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흔히 슬픔 뒤 기쁨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기쁨 뒤 슬픔이 오면 슬픔에 너무 빠져들어서 기뻤던 순간을 왜곡하기도 한다”며 “기쁨 때문에 슬펐다면, 기쁨의 가치가 슬픔으로 인해 증명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만든 곡”이라고 했다.
특히 이찬혁이 2017년 자신의 입대 이후 슬럼프를 겪던 여동생을 ‘꺼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걸 떠올리면, 앨범에 담긴 여운은 한층 깊어진다.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고, 올 초에는 닭가슴살 식단과 강도 높은 운동이 이어지는 ‘정신 개조 캠프’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이수현이 “오빠는 나의 ‘구원자’”라고 말하기까지, 그들 사이에 있었을 우여곡절의 시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애틋함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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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이번 앨범을 두고 “악뮤 정규 앨범 중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라며 “이찬혁의 지난 솔로 앨범이 신스팝에 가스펠을 결합해 동시대적인 사운드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작업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인디록과 컨트리를 잘 결합해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